'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K-드라마의 힘, K-웹툰도 충격적, K-추위도 대단해" [인터뷰M]
디즈니+의 오리지널 '커넥트'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미이케 타카시 감독을 만났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1998년 타임지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미래 영화감독 10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장르 영화의 대가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이 시대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2004년 박찬욱, 프룻 첸 감독과 함께 '쓰리, 몬스터'에 참여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쌓은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이번 작품 '커넥트'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의미를 더한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던 정해인, 고경표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순간이 있었다"라는 말로 창작자로서 공감할 놀라운 순간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미이케 감독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그는 "저도 공감한다. 정말 신기했다"라며 "'커넥트'를 준비할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회의를 원격으로, 화상으로 진행했었다. 원격 화면으로만 준비된 걸 확인하다 보면 약간 고정된 그림, 사각의 프레임 안으로만 보이고 대부분이 회의실 풍경이어서 한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번 작업은 대본이라는 공통적인 매개체가 있었고, 배우들도 다 프로들이고, 각본을 어떻게 봐야 하며 분석해야 할지는 전 세계가 공통적인 것이라 생각보다 덜 혼란스러웠다. 사실 다른 해외에서도 작업을 해 봤지만 이번 한국 현장이 가장 원활하게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원활하게 진행된 현장이라 생각된다."라며 한국과의 협업을 좋게 평가했다.
한국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갖고 있는 'K 드라마의 힘'이었다고 강조한 미이케 감독은 "일본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의 현장은 비슷했다. 다만 일본에서 부족한 건 말이나 커뮤니케이션으로 채워야 했는데 여기는 순수하게 영상을 만드는 현장이 굉장히 훌륭했다. 기자재나 스태프들이 너무 풍부하게 세팅을 해줘서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다. 이런 게 한국만이 갖고 있는 K 드라마, 콘텐츠의 힘이 아닌가 생각되더라. "라며 훌륭한 스태프들과 좋은 장비를 갖춘 한국의 드라마 시스템을 부러워했다.
한국 와 일본의 드라마 제작 현장의 차이점에 대해 미이케 감독은 "일본은 소도구, 의상, 미술 등 각각의 담당이 다 같이 모여서 대본의 흐름에 따라, 거기에 감독의 취향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한국은 각 분야별 스페셜리스트들이 있고 분업화가 되어 있다. 이들 스페셜리스트들을 연계하는 스태프가 우수하냐 아니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지는 게 한국 시스템인 것 같다. 일본에는 영화나 드라마 스태프가 따로 있고 이들이 섞이지 않는데 한국에는 영화 하셨던 분이 드라마도 하고, 이들이 물과 기름처럼 안 섞이는 게 아니라 잘 연결되어 있더라."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헀다.
신대성 작가의 웹툰 원작을 시리즈화 한 '커넥트'다. 만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자부심이 큰 일본인 만큼 이 웹툰 원작에는 어떤 매력을 느껴 연출을 결심했는지가 궁금했다. 미이케 감독은 "한국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일본의 망가와 비슷하지만 표현 방법이 전혀 다르더라."라며 한국 웹툰에 대해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망가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예를 들어 장기를 적출하는 잔혹한 묘사의 경우 부분적으로 아주 상세한 묘사를 하며 컷을 나누는 게 아니라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하고, 그다음에 '쓱' '악' 이런 글자만 들어가고 다음 신으로 넘어가더라. 이 장면에서 배경이 굉장히 심플했다. 만약 이 장면에서 배경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다면 배경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진행이 안될 것 같은데 이렇게 굉장히 심플하게 스크롤 하는 화면으로 만들어져 있다라. 만화에서 페이지도 하나의 연출이고 감각인데 그런 심플한 이야기 흐름은 굉장히 빠른 전개라는 인식을 준다."라며 우리나라 웹툰 특유의 화면 전개에 놀랬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웹툰의 분위기는 영화 연출자인 미이케 감독에게 또 다른 상상력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심플하다는 건 정말 굉장하다. 다양한 상상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심플한 웹툰의 화면이 어떤 의미로는 각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웹툰에서는 없었던 음악적 요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잡음이 없는 고요하고 심플한 화면 안에 뭔가 고독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 하나가 딱 들어가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다른 요소가 가미됨으로써 감정적으로 더 충족시킬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시각으로만 인물들이 연결되는 게 아니라 음악, 청각을 이용해서도 연결된다는 설정을 넣게 된 것"이라며 원작 웹툰의 설정에 없었던 음악적 요소를 넣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웹툰 원작이 있고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를 했는데, 이걸 일본 감독이 어떻게 연출을 했을지 그 과정도 궁금했다.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미이케입니다" 정도의 인사말만 구사하는 미이케 감독은 "저는 한국어를 잘 몰라서 번역된 대본이 원래 대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체크하지는 못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여러 단계를 거쳐 언어적 검수를 했다. 우선 번역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께 1차 시나리오 번역을 맡겼고, 두 번째로는 일본어를 네이티브처럼 잘 하면서 일본에서 조감독 경험을 했던 한국 분에게 검수를 맡겼다. 그다음으로는 제작진 중에 굉장히 젊으신 분인데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이 번역된 걸 보고 드라마적인 센스가 맞는지를 확인을 했다. 네 번째가 이제 배우들이었다. 그동안 그들이 해왔던 연기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그 대사를 봤을 때 그동안의 경험을 입혀서 배우들이 대사를 만들어 냈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미 신뢰관계가 구축이 되었기 때문에 저는 전혀 대사를 의심하지 않고 흐름대로 맡겼다."라며 꽤 복잡하지만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배우들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교류'를 할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의 베테랑 스태프들의 감각을 통해 또 한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도 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김지용 촬영감독님이 일본어는 못하고 영어만 가능한데, 이분이 제가 컷을 했을 때 어떤 때는 만족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의문을 표현할 때가 있다. 제가 뒤에서 그분의 등만 봐도 만족스러운지 어딘가 불만족스러운지를 느낄 수 있었다. 불만족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왔을 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앵글뿐 아니라 이 장면에서 이 연기, 혹은 이 대사가 확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럴 때 한 번 더 배우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고 배우가 납득하고 대사나 연기를 한 번 더 하면 최종적으로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감각적으로 베테랑 스태프들의 반응을 캐치하며 작업을 했다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동안 영화 작업만 하다 처음으로 OTT 장르에 도전한 미이케 감독은 시리즈만의 템포와 연출을 위해 작업에서 어떤 차별점을 두었냐는 질문에 "대본과 영상으로 나눌 수 있다. 대본에 있어서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PD들이 프로페셔널했기에 일본 대본을 보고 다양한 어드바이스를 해줬고 거기에 맞게 수정을 했다. 영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평소보다 클로즈업을 많이 썼다. OTT 플랫폼이기에 휴대폰으로 작품을 볼 텐데, 젊은 세대들은 콘텐츠를 만드는 저희보다 휴대폰에 더 많이 익숙해진 세대일 것이다. 화면에 뭘 담더라도 그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시청자를 믿고 작업했다. 의도적으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작업을 했다."라며 기존 작업과 달랐던 부분에 대해 답변했다.
극 중에서 보이는 '사체 아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각본가가 웹툰 원작을 봤을 때 특히 '진섭'이라는 인물에 대해 뭔가 남기려는 캐릭터로 분석한 거 같다. '진섭'은 삶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하는 캐릭터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사체 아트'가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며 "처음에 저는 실제 사람의 몸에 보디 메이크업을 해서 촬영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랬더니 한국 스태프들이 '감독님이 한국의 겨울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군요. 이 환경에서 그렇게 찍으면 그 사람 얼어 죽어요'라며 굉장한 반대를 했다. 그래서 약간 조형물로 특수한 메이크업을 해서 촬영을 했다. 실제로 제가 촬영장에서 한국의 추위를 경험했는데 제 생각대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며 비하인드를 공개해 웃음을 안겼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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