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3급 간부 100명 대기발령···야권 “윤석열 정부 정치보복”
정권 교체로 인한 물갈이 차원
박지원 “유능한 공무원 무슨 죄”
국가정보원이 최근 2·3급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100여명을 무보직으로 대기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급 보직국장을 전원 대기발령한 데 이은 후속 인사로 보인다. 이 중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때 중용됐던 인물들로 전해졌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2·3급 인사 과정에서 서훈 전 원장 때 중용했던 대북업무 담당 인력과 박지원 전 원장의 호남 인맥 등을 대규모 대기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교체로 인한 물갈이 차원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정원 내부인사가 이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국정원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에서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대공(對共) 첩보수집 인력을 중용했다고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집중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역량이 하락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대기발령을 받았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최측근이자 국정원 2인자인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10월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 국정원 인사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조 전 실장 후임으로 검찰 출신 김남우 신임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으며, 이번 2·3급 인사가 이뤄졌다.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정치 보복이라며 국정원의 대규모 대기발령 조치를 비판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간부들이거나 심지어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일부 인사라고 한다”며 “전 정권 지우기를 넘어 정치 보복 인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40~50대 유능한 공무원들이 무슨 죄인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보복이 있어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최측근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원 직원 100명이 모두 대기발령을 받을 정도로 잘못한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이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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