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보이지 않으면 예방할 수 없다
석유화학 공장이나 위험물을 취급하는 곳에서 사고는 일반적인 화재 및 폭발사고보다 크기나 규모가 훨씬 크고 피해 규모 또한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공장 자체가 일반적인 위험물 취급시설보다 대규모이고, 종사하는 인원 역시 많다 보니 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재산피해는 물론 많은 인명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재 및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화학물질은 톨루엔, 염산, 황산, 시너, 휘발유, 석유, 암모니아, 수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은 '정전기'(스파크 등)다. 정전기로 인한 사고 비율은 전체의 약 21%(2013년 환경부 자료)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위험물을 취급하는 산업 현장에서 정전기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정전기로 인한 화재 및 폭발사고는 전도성이 거의 없는 물질이 이동하는 도중에 정전기가 발생하지만 접지·본딩으로 방전되지 않고 축적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고체·분체·액체·기체 등은 마찰·박리·충돌·유동하며 접촉 분리에 의한 차징이 인다. 이렇듯 정전기는 정체된 전기로 당장 큰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엄청난 전압의 정전기가 발생해서 모여 있는 곳에 폭발 위험 대상물이 있다면 한순간에 정전기로 말미암아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5월 강원도 강릉의 한 공장에서는 정전기 불꽃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해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장 수소탱크 및 버퍼탱크 내부로 혼합농도 이상의 산소가 유입된 상태에서 정전기 불꽃으로 폭발이 발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 때문에 주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석유화학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는 정전기로 말미암은 여러 장애 현상을 대비하고 있지만 정전기 측정 및 방지 대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국가 또한 정전기로 인한 화재 및 폭발 방지를 위한 설비 또는 준비해야 할 사항임을 강조하면서 규정 사항을 정해 놓고 있어 어떤 공장에서든 지키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지만 그렇게 잘 지키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전기로 말미암은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정전기를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예방 대책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323조(정전기로 인한 화재 폭발 등 방지)는 점화원이 될 수 있는 정전기 제거를 위한 접지설비 및 제전 장치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장에서 공정 가운데 정전기가 일부 제거는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전기를 제거하기 위한 접지설비 및 제전 장치를 의무화했다면 실제 이를 통해 정전기를 측정 및 제거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정전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측장비가 필수요건이 돼야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325조, 환경부 화학물질관리법 등은 접지설비 보강 및 제전 설비만을 필수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어 근본적인 점화원 제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폭발 예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앞에서 말했듯 산업 현장에서의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선 공장 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점화원인 정전기를 실시간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측정데이터를 지속 감시해서 동향을 관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정전기 제어가 가능해진다. 실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KOSHA GUIDE(P-114-2020) 화학 설비 및 부속 설비 정전기 계측제어에 관한 기술 지침을 통해 계측·제어에 의한 방법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공정 중 정전기를 가능한 한 연속적으로 계측·제어하거나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점화원인 정전기를 제거하는 명확한 예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선 KOSHA GUIDE를 바탕으로 한 법령 재개정이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신설되는 공장에는 물론 기존 공장에 정전기 계측기가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지극한 관심이 요구되고, 각 공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정전기 계측기를 설치해서 최소한 정전기로 말미암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귀영 이에스지케이 대표 esgk@stopbigf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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