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65만원인데 전세 이자는 66만원"…2030, 이러니 종잣돈 만들기 힘들지
올해 초 비교해 3%가량 상승
‘종잣돈’ 마련 통로였던 전세 부담↑
“내 집 마련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세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경우도
“주거 사다리 정책 확대 지원해야”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공무원 김대영(28) 씨는 최근 전세 이주의 꿈을 포기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매월 들어가는 이자 비용이 현재 월세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취직에 성공해 전세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자산을 모을 계획을 세웠지만 뜻 대로 되지 않았다”며 “1년에 주거비용만 800~900만원 가량 들어가는 상황에서, 언제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자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전세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종잣돈을 마련해 주택을 구매하는 공식이 어그러진 탓이다. 심지어 전세대출의 이자 비용이 월세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거비 부담의 유무에 따라 청년층 자산 형성의 격차가 벌어지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자금대출 금리(6개월 변동)는 5.38~7.33%로 집계됐다. 3~4% 수준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약 3%가량 증가한 수치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전월(3.40%)보다 0.58%p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1월(1.64%)과 비교했을 때 약 140%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채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금융채(AAA, 6개월) 금리는 4.502%로 지난해 동기(1.551%)와 비교했을 때, 1년간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전세 이자 비용이 월세를 역전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위 사례의 김 씨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5만원의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해당 주택의 전세 가격은 약 1억9000만원선이다. 만약 김 씨가 전세 전환을 위해 전세값의 30%인 57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0%(1억3300만원)를 시중은행 금리밴드의 중간 수준인 6%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비용은 66만원이 든다. 월세를 뛰어넘는 액수다. 자기 부담 비율을 20%로 줄이면 이자비용은 76만원으로까지 늘어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 전세대출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33조646억원으로 전월 말(134조624억원)에 비해 1조원 가량 줄었다. 특히 감소폭이 전월(13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비단 전세 거주를 목표로 하는 청년들만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다. 전세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타격이 크다. 전세대출의 경우 단기 변동금리 형태가 많아 금리 변화에 민감한 탓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변동금리형 전세대출 잔액은 151조5000억원으로 전체(162조원)의 93.5%를 차지했다.
실제 갱신 주기를 맞아 대출금리가 급등했다는 사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2년 만기 전세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1년의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고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금리가 기존 3.66%에서 6.86%로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A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받은 데다 신용점수도 높은 편이라 걱정을 덜 했는데, 막상 금리를 보니 본가에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전세대출 금리 부담은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세대출 이용자 다수가 20~30대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기준 은행권 20~30대 전세대출 차주 수는 약 84만8027명으로 전체의 61.6%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20~30대 차주는 전체 비중의 55.6%를 차지했다.
정부는 최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만 19~34세 청년들에게 1~2%대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기준을 보증금 1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대출 가능 액수도 7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해당 상품의 이용 건수가 기존 대비 최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상품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된다. 주택담보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 대환을 제공하는 ‘안심전환대출’ 등 보편적 상품을 전세대출 차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팀목 대출과 같은 저금리 정책 상품의 경우 소득 기준 등 조건이 까다로워 일부 취약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안심전환대출의 소득 요건은 부부 합산 소득 1억원으로 버팀목 대출(부부 합산 5000만원)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향후 청년층의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선제적인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여력은 여전히 남아있어 금리 부담은 점차 가중될 것”이라며 “전세대출 등 청년들을 위한 주거 사다리 정책을 더 확대 지원해 자산 양극화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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