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엔진' 장착한 한국축구, 4년 뒤에도 질주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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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벽은 역시나 높았다.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내친김에 사상 첫 원정 8강까지 노렸던 벤투호의 여정은 16강전 상대인 브라질의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 전반전에만 4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1대4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쓰라림 속에서도 4년 뒤에 다시 빛날 수 있는 젊은 재능들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 허리에 해당하는 1996년생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SSC나폴리)에 이어 유망주 라인도 큰 주목을 받았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안면골절 부상 등 악재 속에서 한국 공격에 힘을 보탠 조규성(전북 현대)은 단숨에 한국 축구의 희망이 됐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김천 상무와 원소속팀 전북을 오가면서 득점왕(17골)에 오른 조규성은 월드컵 무대에서까지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조규성은 특히 190㎝에 가까운 신장을 이용할 줄 아는 정통 9번 공격수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조별예선에서 경기당 평균 9.7회 공중볼을 경합하면서 6회를 성공시켰다. 시도 횟수도, 성공 횟수도 모두 전체 1위 기록이다.

특히 지난 가나와 벌인 조별예선 2차전에서는 머리를 이용해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멀티골을 넣었고, 포르투갈과 치른 3차전에서는 무려 10개의 공중볼 경합 시도 중 9번을 성공시켜 카타르 상공의 지배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레 스코틀랜드 셀틱, 스페인 발렌시아 등 유럽 구단들이 관심을 보이는 공격수가 됐고, 훤칠한 외모로 25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폴로어를 보유하게 된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미드필드에서는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이 차세대 중원 사령관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동안 뛰어난 탈압박 능력과 킥력에도 불구하고 수비력과 스피드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강인은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골 3도움으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대표팀 막내로 합류할 수 있었고, 월드컵 본선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루과이전부터 예상외로 출전 기회를 잡은 이강인은 가나전에서는 투입된 지 1분 만에 조규성의 골을 도왔고, 포르투갈전에서는 선발로까지 출전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한국 최고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별예선 3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지만 브라질전 후반 20분에 교체 출전해 통렬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 골을 넣은 백승호(전북 현대) 역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선수다. 어린 시절을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보낸 뒤 부침이 많았던 그는 K리그에 돌아와 전북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면서 새로운 엔진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도, 과제도 확인한 만큼 이들 입에서는 더욱 발전하겠다고 다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규성은 "유럽·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가서 더 성장하고 싶고, 한 번 더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유럽 진출을 갈망하는 모습을 비쳤고, 이강인은 "모든 부분을 향상해야 한다. 날마다 발전하는 선수,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패배 소감을 밝혔다. 짧은 기회를 살렸음에도 만족하지 않은 백승호는 "팀이 승리할 때 기여하는 골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의 성장세에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ESPN은 "손흥민이 한국의 스타인 건 당연하다"면서도 "한국대표팀은 손흥민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이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는 건 대표팀이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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