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3곳 공모철회 … 내년 IPO 더 어렵다
"내년도 기업공개 부진" 85%
내년 경영환경 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린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1.25%, 0.25%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각국 정부가 시장에 대대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덕분에 국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때 모은 자금은 LG엔솔이 올해 미국 등에서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LG엔솔은 사실상 IPO 막차를 타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불과 몇 달 뒤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본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코스닥 IPO 기대주였던 반도체 설계 기업 자람테크놀로지는 6일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한 차례 상장을 자진 철회한 데 이어 또다시 공모에 실패한 것이다. 자람테크놀로지를 포함해 올해 공모를 철회한 기업은 13곳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대기업마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포기했다.
8~9일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인 바이오노트 역시 공모가 제대로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구주 매출과 꺾인 3분기 실적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실시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 재무담당임원(CFO) 중 절반에 가까운 48.8%는 내년 IPO 시장이 '올해보다 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고 답변한 비율은 36.6%였다. 반면 IPO가 더욱 활발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6%에 그쳤다.
CFO는 국내외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를 찾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내년 상장 예정 기업 중에는 몸값이 10조원 이상인 대어급이 사실상 없다. 한 그룹사 CFO는 "계열사들의 IPO 계획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목표 기업가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내년에도 지금 같은 흐름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내년에 상장 예정 기업 중 눈에 띄는 곳은 쓱닷컴과 카카오모빌리티다. CFO들은 가장 기대되는 IPO 회사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쓱닷컴을 꼽고 있다. 쓱닷컴은 당초 올해 코스피 상장을 고려했으나 증시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내년으로 미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컬리도 눈여겨볼 IPO 후보로 꼽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직 예비 심사를 청구하지 않았다. 컬리는 지난 8월 말 심사 승인을 받고 공모 진행 여부를 고심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컬리가 내년 1분기께 수요예측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 자금 마련이 절실한 데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길도 터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 회사의 공모 성적표가 모두 좋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금리 인상 국면에 진입한 이후 테크 기업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우량 회사조차 공모에서 쩔쩔매고 있다"며 "성장성보다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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