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이리도 낮은 예수의 집터···이곳서 '貧者 등불' 밝히다
베들레헴 중심 교회 지하, 성탄의 마구간
2000년전 나사렛 10평 남짓 허름한 동굴
예수의 유소년 시절 가난했던 삶 그대로
갈릴리 요르단 강·고난의 길 등에선 경건
성인 발자취따라 순례···인생길 되짚게 해
1일(현지 시간) 해 질 녘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의 서쪽에 위치한 ‘통곡의벽(wailing wall)’.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객들이 저마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성벽 벽돌 틈에 밀어 넣은 뒤 작고 테두리 없는 유대인 모자 ‘키파’를 쓴 채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10대 중반의 소년이었다. 그는 석양을 받아 황금색으로 물든 석회암 벽에 머리와 손을 대고 마치 정지된 듯 1시간 넘게 미동조차 없었다. 어떤 사연이 그를 그토록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그에게 신이란 존재는 무슨 의미일까.
무신론자인 세계적 석학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 ‘신, 만들어진 위험’의 맺음말에서 “나는 우리가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성장함으로써 모든 신을 단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런가”라고 했다. 그는 성경이나 코란의 허구성과 신이 없어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뒤 실체도 없는 어떤 종류의 힘을 믿기보다는 과학의 힘으로 인간이 홀로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이성과 인류 진보에 대한 도킨스의 믿음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반면 소년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바스러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위대하고 경건하기까지 했다. “인간은 왜 신을 믿어야 하는가” “우리가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고 선한 인간이 되려고 할 때 신이 필요할까”, 해답은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의 길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한국·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국내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 이적을 행한 갈릴리 지역, 고난과 부활의 골고다 언덕 등을 순례했다.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담임목사와 박요셉·이재훈 목사가 함께했고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가 현지 안내를 맡았다.
첫 여정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베들레헴 중심가에 위치한 ‘예수탄생교회’였다. 이 교회 지하 동굴에는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한 마구간이 자리잡고 있다. 순례객들은 지하 동굴로 내려가는 계단에 줄지어 기다리다 자기 차례가 되면 동굴 내부 제단 아래 바닥에 예수가 태어난 지점을 알리는 은색 별 앞에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위해 짧은 기도를 올리거나 은색 별에 입을 맞추거나 만지기도 했다. ‘베들레헴의 은별’이라고도 불리는 이 표식 한쪽으로는 아기 예수가 탄생 이후 놓였던 구유도 볼 수 있다.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 남쪽의 나사렛에는 예수가 요셉·마리아와 함께 유소년기를 보낸 ‘요셉의 동굴’이 남아 있다. 성요셉교회 측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다 지난달 29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취재진에 동굴 집터를 공개했다. 유리문으로 된 출입문을 열자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가 10여 m 이어졌다. 집터 공간은 약 33㎡(10평)에 불과했고 초라할 정도로 허름했다. 예수가 왜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곁에 있었는지 짐작게 한다.
소 목사는 “예수님이 이렇게 낮은 곳에서 살았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요즘 교회는 너무 부자고, 저 또한 부자로 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낮아지고, 비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 교회에서 약 50m 아래쪽에는 성경에서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아기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 받은 장소가 있다. 이를 기념해 세워진 ‘수태고지(受胎告知)’ 교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마리아 성화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라는 한글 문구 위로 쪽머리를 하고 푸른 한복을 입은 마리아가 색동저고리를 입은 예수를 안고 있는 벽화도 볼 수 있다.
갈릴리 지역은 예수가 서른 살에 요르단강에서 예언자 요한을 찾아 세례를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서너 해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곳이다. 또 병자들을 고치고 제자들 앞에서 물 위를 걷는 등 수많은 이적을 행했다.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든 ‘가나혼인교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인 ‘오병이어기념교회’, ‘산상설교(山上說敎)’ 가운데 ‘여덟 가지 참행복(팔복)’을 설교한 ‘팔복교회’ 등이 갈릴리 호수 주변에 있다.
마지막으로 찾은 예루살렘 동부의 유대 성전에서는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서 죽음을 향해 걸었던 ‘고난의 길(Via Dolorosa)’을 만날 수 있다. 2일 방문했을 때는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성경을 암송하며 예수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길 끝의 골고다 언덕 위에는 ‘무덤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장소와 이를 지켜보는 마리아의 모습, 사흘간 묻혔다는 무덤이 모두 이 교회 안에 있다. 이스라엘 베들레헴·갈릴리·예루살렘=최형욱 기자
최형욱 기자 choihu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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