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2017년 11월 16일. 여행자가 아닌 제주도민이 되기 위해 입도한 날이기에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느 날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고 어색했던 제주살이가 어느덧 여섯 번째 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육지보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듯했는데 제주에서의 시간도 돌아보니 순식간에 흘러간 것 같아요. 제주에 내려올 때 아내 태중에 있었던 둘째 아이가 며칠 후면 여섯 살이 되고 큰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까요. 30대였던 저도 이제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으니 제주에서 보낸 지난 시간들이 하나하나 참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을 억새를 만끽하려 산굼부리에 다녀왔어요. 하늘은 높고 날씨는 맑았으며 억새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산굼부리에 올라가는데도 해마다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니 제주의 자연에게 그저 고맙다는 생각뿐인데요. 제주살이의 가장 큰 행복은 아마도 제주의 자연을 이렇게 누리고 있는 것일 텐데요. 특히나 코로나 3년의 시간을 이곳 청정 제주에 살았다는 것은 신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축복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특권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청정 제주에서 키웠고 지금도 자라고 있으니 '오늘도 제주에 살고 있음에 행복합니다'를 항상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외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어느덧 제주살이 6년 차가 되다 보니 주변에서 가깝게 지내던 분들이 여러 이유로 다시 육지로 떠나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마음이 또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는데요. 제주 도민들이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과 마음을 안고 살아왔겠구나 싶어 괜스레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을 한번 주기도 어려운데 깊은 정을 떼어내어야 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싶어서요. 고작 6년 차인 저도 지인들이 육지로 떠난다는 소식에 괜스레 마음이 허전하고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니까요. '나는 남아있는 것이 맞는 건가', '왜 남아 있는 것인가?'와 같은 생각들이 또 꼬리를 물더라고요. 마음이 작아지는 것이겠죠. 얼른 떨쳐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각자의 몫이 있는 것이니까요.
제주살이의 열풍이 시들었다고는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새롭게 제주에 이주해온 분들을 또 쉽게 만나게 됩니다. 제주살이에 대한 그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긴장감이 묻어나는 눈빛을 마주할 때면 6년 전 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부디 마음속 깊이 품고 왔을 로망 같은 기대가 제주살이를 하는 동안 꼭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주에 살면 어떤 부분이 가장 좋은지 사람들이 묻곤 합니다. 저는 지체 없이 '하루 24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사는 것'이라고 답을 합니다. 생활반경이 넓지 않고,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으며 일과 이후 시간은 철저히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제주살이가 나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사용케 하기 때문인데요. 서울에 살 때는 출퇴근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허비되고 버려지는 시간이 많았다면 제주에서는 그런 시간들이 오롯이 다 내 것이기에 남은 시간을 자기 발전이나 가족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시간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료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요.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나 싶은 날들이 꽤나 많다면 믿어지실까요? 인생을 살면서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제주살이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제주살이를 꿈꾸고 계신다면 바로 실천에 옮겨보시기를 권합니다. 상상 속에서만 머무는 것은 절대 내 것이 아닙니다.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것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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