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111대와 공존하는 '이 빌딩'···사우디 홀렸다
로봇전용 승강기·AI 의료 지원
실제환경 복제 '디지털 트윈' 등
네이버 특허 10% 집중 로봇빌딩
글로벌 빅테크 도약 전진기지 역할
美 국무차관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국내외 유명인사 단골 방문지로
“단순히 기술 몇 가지를 시연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장관 일행이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건물 자체가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사실을 방문 후에 비로소 체감한 것이죠.”
11월 29일 마제드 알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 23명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네이버 신사옥 ‘1784’를 다녀간 후 회사 안팎에서 나온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우디 측은 앞서 같은 달 6일 700조 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자국을 방문한 네이버 측의 기술 설명을 한 차례 귀담아들었는데도 현장에서 ‘놀라운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전언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1784는 ‘로봇 친화형 빌딩’이라는 신선한 겉모습뿐 아니라 관련 데이터로 봐도 1999년 네이버 창사 이래 32년 동안 누적된 기술의 10%에 달하는 새로운 기술을 근래에 집중적으로 쏟아낼 정도로 ‘신기술 공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일 건물에서 유례없는 무더기 특허출원”=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1784와 관련해 출원한 스마트빌딩 특허는 이날까지 총 320건이다. 네이버가 창사 이래 올해 3분기까지 보유한 전 세계 누적 특허는 2648건(등록 기준)이므로 전체의 10%가 넘는 특허가 1784 한 건물에서 새로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경쟁사 카카오의 누적 특허 794건(3분기 등록 기준)과 비교해도 40%에 달하는 압도적인 양이다. 건물 하나가 이 정도 양의 신기술을 배출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1784 건물은 네이버가 5000억 원을 들여 6년간 공사해 올해 4월 완공됐다.
현재 출원 준비 중인 특허를 포함해 1784의 신기술 배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1784에 먼저 적용한 후 다른 영역으로의 응용 가능성이 기대되는 기술들을 차례로 특허출원하고 있고 기존에 없던 기술 역시 필요에 따라 추가되고 있는 만큼 관련 특허 건수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6년부터 1784 스마트빌딩 관련 특허를 출원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 기준 237건의 실적을 쌓았다. 그로부터 다시 1년 반 만에 83건이 늘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디지털트윈·로봇·AI 등 ‘신기술 집합체’=1784 건물에는 현재 111대의 브레인리스(두뇌를 본체가 아닌 클라우드에 두는) 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위성항법장치(GPS) 없이도 36개 층(지하 8층~지상 28층), 연면적 16만 5000㎡(약 5만 평)의 실내를 이동하며 5000명이 넘는 입주자의 위치를 찾아 업무를 보조한다. 특히 회의실 자체에 내장된 인공지능(AI) ‘클로바’로 참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회의록을 자동 기록·요약하며 사내 병원에서도 AI가 진료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진단을 보조하는 일이 가능한 스마트빌딩을 구현하고 있다.
이 같은 첨단 기술은 실제로 쓰이고 있는 만큼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일례로 1784 특허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사우디 측도 큰 관심을 보인 디지털트윈 기술 ‘아크(ARC)’의 일부는 ‘아크아이(ARC eye)’라는 기업간거래(B2B) 상품으로 최근 상용화됐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사물·기계·건물·교통망·도시를 물리적 특성까지 복제한 디지털 가상세계다. 1784에서는 로봇이 활동하기 위한 기계 전용 지도(고정밀지도·HD맵)를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이런 기계 전용 지도는 자율주행차에도 반드시 필요해 카카오·현대차·SK텔레콤 등도 앞다퉈 개발 중인 기술로 네이버도 이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실험을 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자체는 물론 이 위에서 최근 특허출원한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를 포함한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의 실시간 제어에 필요한 초저지연 통신, 클라우드, AI 등 다양한 스마트빌딩 기술의 사업화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테크기업 도약 위한 ‘테스트베드’=1784는 네이버의 글로벌 테크기업 도약 구상의 핵심이다. 검색 포털의 힘을 빌릴 수 없는 해외에서는 신기술로 승부를 봐야 하고 이런 신기술을 몸소 시범 운영할 테스트베드가 1784이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네이버랩스·클로바·웍스모바일 등 AI, 연구개발(R&D) 조직이 통합돼 기술 경쟁력을 키우면 테스트베드의 역할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내년 완공 예정인 제2데이터센터 ‘각세종’도 1784 방식의 스마트빌딩으로 짓고 있다.
1784는 사우디뿐 아니라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차관(7월), 최태원 SK 회장(8월),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하원 의장(11월)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의 단골 방문 장소가 되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 첨단 기술 융합 건물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특히 지난달 사우디 측도 관심을 보인 만큼 네옴시티에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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