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공정거래 분쟁조정통합법

2022. 12.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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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해결을 위해 소송 대신 조정·중재·화해와 같은 보다 유연한 제도들이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소송 이외의 수단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를 통틀어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라 한다.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므로 승자독식의 법원 소송에서 발생하는 극한 감정 대립을 피할 수 있다. 돈과 시간도 법원 소송보다 훨씬 덜 든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행정형 분쟁조정의 경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분야는 공정거래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조정원)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그간 공정거래와 관련된 갑을 간 분쟁이 증가하여 왔다. 공정거래 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된 2008년 당시 조정원이 처리한 분쟁조정 수는 433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2936건으로 14년 동안 7배나 증가하였다. 분쟁조정 성립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금전적 혜택은 2008년 141억원에서 2021년 1030억원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조정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만족 수준은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분쟁조정 당사자 중 을에 해당하는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들의 만족 수준이 더 낮은 이유는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성립이 안 되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뼈아프게 들린다. 피해를 당해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고 심지어 사업을 접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딱한 경우도 많다. 조정 성립률을 높이면서 처리 기간을 줄이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조정원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법, 약관법 등 6개 법률에 있는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6개 법률과 관련된 분쟁을 한 기관에서 조정하지만 규정들이 서로 달라 업무 처리의 신속성과 일관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성도 초래된다. 분쟁 해결에 좋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6개 법률을 따로따로 개정해야 하므로 모두 정비하는 데 최소 2~3년은 걸린다. 공정거래 분야 외 여타 모든 분쟁조정기관들에 있는 상임위원제도가 조정원에만 없다. 생업에 종사하는 비상임위원만으로는 사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신속한 회의 개최가 쉽지 않다.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리고 조정 성립률이 낮은 이유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제도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을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 줄 방법이 있다면 찾아야 한다.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들은 피해가 신속히 구제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6개 법률에 흩어져 있는 분쟁조정제도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로 모으는 통합법률 제정이 절실하다. 흩어져 있는 규정들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하는 데 멈추지 말고 조정 기간을 단축하고 성립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찾아 도입하여야 한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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