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벤투 "한국 선수들이 최고였다"
"지난 9월에 이미 결정됐다"
황인범 등 눈물로 감사표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친 뒤 "그동안 최선을 다해준 한국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히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무뚝뚝하다는 평가를 듣던 벤투 감독으로서는 최상급의 감정 표현이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벤투 감독은 선수 시절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패배한 뒤 대표팀을 은퇴한 바 있지만 그 아픔을 한국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하는 지도자가 돼 풀어냈다. 2018년 8월 선임된 뒤 약 4년4개월로 최장수 한국 대표팀 감독에 이름을 올린 그는 57경기를 치르며 35승13무9패라는 성적표를 남겼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시안컵 우승 실패, 라이벌 일본에 당한 0대3 패배 등 부침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방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경기를 주도하는 소위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효과적으로 이식해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끝내 달성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재계약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벤투 감독의 결정은 새 출발이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엔 내 결정을 전했다. 결정은 이미 9월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선수들은 그동안 같이해온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쌓은 경험은 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그런 경험"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벤투 감독은 일단 대표팀과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한 뒤 포르투갈로 돌아간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과의 이별이 확정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선 선수들은 눈물로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믹스트존에 방문한 벤투 감독도 선수들 어깨를 두드리며 눈앞으로 다가온 작별을 실감했다.
그동안 큰 신임을 받으며 '벤투호의 황태자'라 불리기도 했던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무슨 인맥이 있기에 저 선수를 쓰느냐고 외부에서 말이 많았다"고 대표팀 초창기를 돌아보며 "내가 감독이라면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끝까지 나를 믿어주셨다. 그 덕분에 큰 꿈을 가질 수 있었다"며 눈물을 터트렸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역시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선수들을 생각해주는, 선수들을 위해서 감독 자리에 있는 분이셨다. 앞날을 응원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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