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 이후 최대 '멸종의 시대'…국제사회는 대안 낼 수 있을까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린다. 7일(현지 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진행될 예정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 자원 이득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라는 3가지 목표를 가진 협약이다. 국제사회는 2년에 한 번씩 당사국총회를 열어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 설정과 이행을 이끌고 있다.
12년 전인 2010년 국제사회는 일본 나고야에 모여 '공룡 멸종 이후의 최대 멸종'을 막자고 선언했다. 2020년까지를 '생물다양성 10년'으로 정하고 서식지 파괴 중단, 야생동물 개체수 보존, 산호초 보호 등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노력은 실패했다. 목표를 합의한 지 10년이 지난 2020년, 유엔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제사회 목표 중 단 하나도 완벽히 달성된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종의 수는 감소했고 서식지도 파괴됐다.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된 이후로도 국제사회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노력은 번번이 실패해왔다.
수치상으로도 생물다양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 동물학회는 2년마다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을 파악해 '살아있는 행성 지수'(Living Planet Index)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살아있는 행성 지수는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측한 야생 척추동물 개체수가 평균 69%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개체수 관측에 어려움이 있는 양서류 등을 포함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실패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릴 이번 당사국총회에는 196개국이 모인다. 이들 국가가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목표를 세우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실패한 계획을 대체할 새로운 생물다양성 보전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보호구역 확대와 기업 생물다양성 보고 협상 예정
이번 협상의 목표 중 하나는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채택이다. 최근 공개된 프레임워크 초안에는 2030년까지 실천목표 중 하나로 '30-30'이 담겨있다. 향후 10년 동안 육지와 해양 면적 각 30%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자는 게 프레임워크 초안의 목표다.
지난해 출범한 '자연과 사람을 위한 희망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for nature and human)은 이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 세계 114개국의 모임이다. 한국 또한 이 연합에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이번 협상에서는 생태계 복원 보장, 플라스틱 폐기물 제로화, 모든 사업체의 생물다양성 의존도 및 영향 평가 보고, 생물다양성 유해 보조금 절감 등이 협상 목표로 설정됐다.
'생물해적'과 개발도상국 기금 마련 협상 난항 예상
다양한 목표 중 특히 참가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유전자원의 '디지털 서열 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이익공유방안 합의 여부다.
2010년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제품 개발이나 연구에 사용할 때 유전자원 제공국으로부터 접근허가를 취득하고, 이익공유 계약서를 체결하도록 했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의약품, 식품, 화장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식물 혹은 동물의 유전자원을 활용할 때 생물자원 제공국(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에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COP15에서 논의될 유전자원 디지털 서열 정보 이익공유는 기존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로 공개되어 있는 유전자원의 염기서열 정보를 활용할 때도 유전자원 제공국에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안이다. 지금까지 바이오 기업 등은 공개된 유전자원의 디지털 서열 정보를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사용해왔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정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존에 공개된 생물 유전자원 디지털 서열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 특히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의약품에 활용되는 유전자원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 등은 디지털 서열 정보를 활용할 때 기업들이 제공국과 이익을 공유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무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생물해적행위(Biopiracy)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서열 정보를 주로 활용해왔던 기업 및 연구소가 많은 국가들은 관련 협상이 COP15에서 통과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 환경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 서열 정보와 같은 의제는 논의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필요 시 국내 산업계 및 연구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이번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필요한 기금 지원 마련 방안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폐회한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기후위기로 유발된 재난에 취약한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이 합의된 바 있다. 생물다양성과 관련해서도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기금 마련 요구가 나올 수 있다.
한편 COP15는 중국이 처음으로 의장국을 맡은 유엔 환경 회의다. 재작년 중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COP15는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으며, 장소 또한 캐나다로 변경되었다. 현지 기준 7일부터 19일까지 회의가 진행된다.
급격한 생물 종의 개체수 감소와 멸종을 막기 위한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할 회의이지만 국가 원수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 또한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여한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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