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물 안전운임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및 시멘트 운송차량 차주나 운송사에 대해 거리에 따른 최소 운임을 국토교통부가 정하게 하고, 미달하는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나 운송사에 대해선 각각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화물운전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지난 정부가 3년 일몰제로 도입한 제도다.
최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 시행과 함께 대상 차량 범위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야기됐다. 일부 여당 의원들과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대신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안을 제안하면서 화물연대가 이에 반발해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이 제도는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컨테이너 운임은 서울∼부산 기준 28% 인상되고, 시멘트 운임은 의왕∼단양 기준 38% 인상되었으나 최근 3년간 전체 교통 사고는 11.5% 감소한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 사업용 특수차는 8% 증가되었다. 운전자 안전은 운임이라는 간접 요인보다는 도로 체제나 운전자 운전 습관, 차량 정비 상태나 노후화 정도 등 직접 요인들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예를 들어 현재 대형 화물차에 의무 부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Digital Tacho Graph)에 기록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여 안전 위해 요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대부분 나라에선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위헌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정부 차원의 화물 운임을 정하는 나라는 없다. 특히 화주를 처벌하는 국가는 전 세계 중 전혀 사례가 없다. 안전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계약당사자가 아닌 화주에 대한 처벌은 위헌 가능성도 있다. 택배를 요청한 손님을 안전운임을 내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셋째, 화물 운송은 사적 자치영역이기 때문에 안전운임제 도입은 시장경제체제에 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카캐리어, 위험물, 철강재, 택배지선·간선 등 5개 차종의 화물 차주는 차주 중에서 상위 10∼20% 소득 계층에 속한다. 차주 중에서 상위 소득자에 속하는 이들의 사업소득을 보장하라는 요구인데 전형적 이기주의일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제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안전운임제는 사업자들의 사업소득을 보장하라는 요구다. 공기업조차도 국가가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개인 기업인 화물 차주 이익을 보장하라는 것은 시장경제원리를 부인하는 이기주의의 극치로 판단된다.
한편, 일부에선 화물 운송도 택시나 버스 등과 같이 공공성이 있으므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중교통사업자들은 교통소외 계층의 이동성 확보를 위하여 의무적으로 지정 노선을 준수하거나 승차 거부를 하지 못한다. 반면, 화물 운송은 자율영역이다. 대중교통과 화물 운송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차주 등의 집단이기주의에 일부 정치권이 밀리면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정부조차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제도의 타당성이 적다는 방증이다. 당초 계획대로 연말에 폐지하되, 화물운전자 안전 확보는 과학적, 실증적 방법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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