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씁쓸한 쿠팡 vs CJ제일제당 싸움
최근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힘겨루기가 식품·유통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절대 강자인 쿠팡과 식품업계의 독보적 1위인 CJ제일제당이 납품 가격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양측의 갈등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제일제당이 작년 말 쿠팡과 계약할 당시 즉석밥 햇반 기준 납품하기로 했던 물량 대비 실제는 절반 정도밖에 납품하지 않아 예상했던 만큼의 거래량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쿠팡의 불만이다. 쿠팡 입장에선 CJ제일제당에 지난 3월부터 납품 가격을 올려줬지만 고객들에게는 최저가 유통채널로서 어필하기 위해 2~3개월가량 기존 가격대로 판매하다보니 수익이 기대에 더욱 못 미쳤다. 그러자 납품 차질을 빚었던 CJ제일제당 측에 내년에는 쿠팡 측 마진을 더 올려달라고 최근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마진율을 높여달라는 쿠팡의 요구는 자칫 거대 유통채널의 횡포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약속한 만큼의 물량 납품을 현저히 하지 못한 CJ제일제당에서 먼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재보다 마진을 낮추면 손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크게 증가한 만큼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쿠팡도 지난 3분기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먹고살 만 한 형편인데 배를 더 불리려는 것이다.
이번 싸움은 납품 차질을 빌미로 유통채널의 마진을 더 가져가려는 쿠팡과 현재의 고수익 판매 구조를 그대로 지키려는 CJ제일제당의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다수의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 서서 필수소비재인 먹거리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으니 씁쓸하다. 가격 인상 효과로 영업이익이 개선된 CJ제일제당이 서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햇반 가격을 원상 복귀한다거나, 마진율을 높이려는 쿠팡이 현재 마진율을 유지하거나 낮추고 그 차액만큼 판매가격을 낮춰 고객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다면 그 어느 쪽이든 소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재원 유통경제부 choi.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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