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카타르와 무슬림 형제단
도움 줬었던 무슬림형제단
변혁의 희망 안겨줬던 반면
극단주의 빌런에 뿌리 제공
중동시민 지지 거둔지 오래
지난달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과 카타르월드컵의 시작으로 중동을 향한 관심이 높다.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수니파 아랍 산유 왕정이고 걸프협력회의 회원이지만 두 나라의 사이는 썩 좋지 않다. 1920년대 이집트에서 출발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을 향한 견해차가 결정적 이유다. 사우디는 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여기지만 카타르는 이들을 지지한다. 카타르와 형제단의 끈끈한 인연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시아만의 작은 나라 카타르가 근대국가의 틀을 갖추려고 고군분투할 때 이집트의 형제단이 교육 분야 기초를 세워줬다. 당시 이집트는 중동 이슬람 세계에서 전문직과 지식인 인구가 많기로 유명했다. 2017년 사우디는 카타르가 테러조직 형제단을 감싼다며 단교를 선언했다. 수니파 대표국 사우디의 결단에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도 단교에 함께 나섰다. 카타르의 방송국 알자지라 아랍어 채널이 사우디를 향한 비판을 쏟아낸 것 역시 한몫했다. 알자지라 영어 채널과 달리 아랍어 채널에는 형제단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작년에서야 카타르는 단교에 따른 국경 봉쇄에서 벗어났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주의 운동의 원조다. 이슬람주의는 사회 전반에서 이슬람의 역할을 넓히고 독재정권이 소외한 주변 계층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을 식민 지배하던 시기 국가는 강압적으로 근대국가의 토대를 다졌고 소수 특권층만이 혜택을 독점했다. 독립 이후 신흥 엘리트는 식민 지배 시기의 강압기구와 관료제를 복원했고 참여와 평등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를 탄압했다.
중동 시민은 이슬람식 개혁을 주장하는 운동을 지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사회주의 운동을 막는 데 뛰어난 독재정권을 비호하면서 무슬림 대중의 반미감정과 이슬람주의 운동의 인기를 부추겼다.
1940~1980년대를 풍미했던 형제단은 부패하고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이 현대 이슬람 세계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보고 자국의 독재 타도를 목표로 삼았다. 중산층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이뤄진 형제단의 지도부는 이슬람 전통에 기반한 사회 변혁을 꿈꿨고 당시 시민사회의 중추를 이루던 변호사, 의사, 교사, 언론인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형제단은 이집트의 장기 군사정권에 큰 위협이었다. 형제단의 인기에 힘입어 이웃 국가에도 지부가 속속 생겨났다.
그런데 정권의 탄압이 계속되자 형제단 내부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어 갔다. 이집트 당국이 형제단의 정신적 지도자 사이드 쿠틉을 사형하자 급진 성향의 조직원이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을 암살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급진화 추세를 거들었다. 사회주의 무신론자에 맞서는 성전 지하드에 참여하기 위해 이슬람 세계 전역의 젊은이가 아프간에 모여들었고 이들 국제 무장반군은 자국의 민주화가 아닌 국경을 초월한 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했다. 무자헤딘으로 불린 이들은 공산주의 봉쇄를 노린 미국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이슬람주의 운동의 주도권은 1세대 원리주의에서 2세대 급진주의로 넘어갔고 2세대의 대표 조직 알카에다는 미국의 변심을 향해 집요한 복수를 벌였다. 이후 2세대의 폭력을 뛰어넘는 3세대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가 등장했다. ISIS는 병적으로 교조적인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초국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추구했다. 또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으면 같은 수니파 무슬림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중동 시민은 형제단과 이슬람주의 운동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50여 년 전 변혁의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현재의 극단주의 빌런에 사상적 뿌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세속 자유주의와 아랍 사회주의의 실험에 이어 이슬람주의 대안마저 실패한 시민들에게 민주화와 안정의 길은 멀기만 하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어떻게 이런 일이”…아찔한 절벽 위서 티샷 한 20대女의 최후 - 매일경제
- “추악한 장면이었다”…잉글랜드 유명 축구심판도 비판한 이 사람 - 매일경제
- 난 이렇게 돈 번다…젊은 부자들, 7억 모아 주로 ‘여기’ 투자했다 - 매일경제
- “공 걷어차려 했을 뿐인데 PK”…문제의 장면, 네티즌 ‘부글부글’ - 매일경제
- 샤넬·루이비통 제쳤네…인기 1위 등극한 명품 브랜드는 - 매일경제
- [속보]法 “최태원, 노소영에 위자료 1억원·재산분할 665억원” - 매일경제
- 한국 16강 진출 소식 들은 브라질 감독의 첫 마디 - 매일경제
- [단독] 이태원 참사 지켜만 본 CCTV 외주업체 계약 해지…공무원이 운영 - 매일경제
- ‘애플페이’가 온다…증시 열자마자 상한가 직행 종목은 - 매일경제
- 벤투 감독 “한국 대표팀 재계약 NO, 휴식 취한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