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집어삼킨 뜨거운 기립박수, 다음은 도쿄찍고 미국이다[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2022. 12.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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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게 싸웠고, 헌신했고, 노력했다. 이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겨울에 울려퍼진 '붉은 함성'은 환희를 넘어 자부심과 희망으로 이어졌다.

'캡틴' 손흥민은 자부심을 담아 '팀 코리아'를 추앙했고, 황희찬을 포함한 다른 태극전사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예술공연에서 연주가 끝난 뒤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기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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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5일(한국시간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 후 관중에 인사를 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자랑스럽게 싸웠고, 헌신했고, 노력했다. 이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겨울에 울려퍼진 ‘붉은 함성’은 환희를 넘어 자부심과 희망으로 이어졌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여정이 16강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6일(한국시간) 새벽 열린 브라질과 16강전은 ‘클래스의 차이’를 절감함과 동시에 ‘2026년엔 또 한 번 진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캡틴’ 손흥민은 자부심을 담아 ‘팀 코리아’를 추앙했고, 황희찬을 포함한 다른 태극전사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4년간 준비한 위대한 도전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선수들의 다짐 덕에 더욱 빛났다.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쿠바의 야구 결승전. 한국팀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야구 칼럼에 월드컵 얘기를 꺼내든 것은 부러워서다. 월드컵 16강을 일궈낸 성과뿐만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 서로를 대하는 마음, 이들을 지지하는 팬들의 열정 등이 모여 ‘팀 코리아’가 된 자체로 박수받기 충분하다. ‘월드컵 때만 반짝한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4년에 한 번이라도 스포츠팬을 하나로 모으는 힘은 야구에서는 느끼지 못한 감동이다.
젊은 태극전사는 종아리가 뭉치고 허벅지가 찢어지고, 광대가 함몰돼도 이 악물고 뛰었다.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역전극도, 브라질전 완패도 온몸으로 증명한 ‘투지’ 덕에 “잘싸웠다”는 찬사를 끌어냈다. 선수들은 8강에 진출하지 못해, 16강전에서 저조한 경기력으로 완패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들의 여정을 지켜본 팬들은 “죄송할 필요 없다”고 격려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팬심(心)에 깊이 박혀 월드컵이라는 축제의 시간을 공유한 것처럼 느낀 덕분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과 8강전에서 2루타를 뽑아내고 환호하는 이종범 현 LG 코치.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한국 야구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서며 ‘월드클래스’라는 자부심을 가졌을 때가 있었다. WBC 준우승 환희가 끝난지 13년이 흐른 2022년. 한국야구는 방향성을 잃고 표류 중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는 음주운전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완성형 투수로 ‘국대감’으로 분류되는 영건은 고교시절 저지른 폭행행위 탓에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태극마크를 ‘병역혜택을 위한 도구’로 폄훼하기도 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정치인 앞에서 “전임감독제도는 필요없다”고 발언하는 등 스스로 위상을 갉아먹었다.
야구 대표팀의 이정후가 2019년 11월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일본과 결승전에서 그라운드에 도열해 인사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축구 대표팀이 단시간에 이미지 쇄신을 일궈낸 것처럼, 한국야구도 떠난 팬심을 돌릴 준비를 해야한다. 내년 3월 열릴 WBC가 중요한 이유다. 냉정히 들여다보면 한국야구는 세계 4강에 들 실력이 안된다. 마운드 높이도 약하고, 타자들의 약점도 도드라진다. 파워히터로 부를 만한 선수도 한정적이고, 수비나 주루도 ‘월드 클래스’로 부르긴 부족하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약점을 상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구는 개인전이면서 팀플레이여서, 개개인의 부족한 점을 팀워크로 채울 여지가 많은 종목이다.

손흥민이 드리블하면 팬들은 기립한다. 예술공연에서 연주가 끝난 뒤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기립이다. 스포츠 팬의 기립은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현상이고, 예술공연의 기립은 기꺼운 마음으로 일어서주는 의식이다. 의식을 뛰어넘는 자연현상. 스포츠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 영예다.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일. 야구도 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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