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피해, 이미 5조원 넘었다
화물차주 일부 업무복귀·노조원 도박 검거 등 파업 동력 떨어져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13일째로 접어든 6일, 국내 산업 피해금액이 3조5000억원대(산업통상자원부 추산)로 불어났다.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총파업 당시 피해액은 1조 6000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에 올해 2차례 총파업으로 벌써 5조원대가 넘는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대화를 위해 2번 만나긴 했으나 파행으로 끝났고, 이 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발동해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5일 기준으로 국토부는 총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고, 순차적으로 이들의 업무 복귀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업무 재개 불응으로 확인되는 화물차주에게는 30일 이하 운행정지(1차 불응) 등 행정처분에 더해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 조치를 할 방침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처분 취소소송을 청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개입을 요청하는 등 역시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국토부는 지난 5일 현장조사 결과 8개사의 화물차주가 대부분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혀 일부 화물차주는 업무에 복귀한데다, 파업에 동조했던 비조합원들도 파업 장기화에 결국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오전부터는 전남 광양항 입구를 막고 있던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이 일부 빠지면서 항만 화물 진·출입이 이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광양항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민주노총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민주노총 전남지부 관계자는 "특정 지부에서 잘못 내린 지침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침이 잘못됐으니 파업 대열로 복귀하라'는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고 말해 내부 의견 조율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파업천막에서 노조원들이 도박을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5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전북본부 소속 A(50대)씨 등 10명이 화물연대 파업천막에서 카드게임을 하다가 신고를 통해 검거된 것.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할 것이 없어서 시간을 보내려고 그랬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직 내부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노총이 6일부터 산하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 투쟁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 화물연대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는 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13일째 이어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과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폭력과 불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화물연대는 불법행위를 멈추고 조속히 현업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의 장기화로 철강 제품 출하 현장에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비롯한 현대제철 전국 5개 공장에서는 하루 5만톤 가량의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에서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이 제품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해 공장 안에 쌓아두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현대오일뱅크에서도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미콘 수급 차질로 강원에서는 건설 현장 47곳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전남에서는 건설 현장 총 195개 중 18곳에서 레미콘·철근 등의 공급이 멈췄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기름이 동난 주유소는 서울 35곳, 경기 20곳, 강원 12곳, 충남 11곳, 충북 8곳, 대전 7곳, 인천 1곳, 전북 1곳, 전남 1곳 등 전국 96곳에 이른다.
다만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 출하량은 그나마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 충북지역 시멘트 출하량은 5만9162톤으로 평소의 95% 수준을 회복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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