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관광객으로 다시 북적이는 샌프란시스코... 노 마스크에 비수기 사라졌다
美 정부·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활기 되찾아
한국 등 아시아 관광객 몰려
중국인 관광객까지 돌아오면 호황기 예상
팬데믹으로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코로나19 규제가 완화하면서 다시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특히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여행 관련 빗장이 풀리면서 샌프란시스코 관광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샌프란시스코... 비수기에도 관광객 긴 줄
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 유니언스퀘어에선 도시의 명물이라 불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수십명의 관광객이 몰려 마치 놀이기구를 기다리듯 긴 줄을 섰다. 가파른 언덕을 마차 대신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탄생한 노면 전차인 케이블카는 1873년 현지인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처음 운행을 시작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60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인을 태우고 100년 넘게 샌프란시스코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케이블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3월부터 1년 반 가까이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여행길이 다시 열리면서 지난해부터 운행을 다시 시작한 케이블카는 이날도 ‘땡땡’ 종소리와 함께 높은 빌딩과 빅토리아 양식의 주택 사이를 오르내리며 관광객 30여명을 빽빽하게 태웠다. 나무 벤치에 어깨를 맞대고 붙어 앉는 것은 물론이고 난간까지 관광객이 다닥다닥 손잡이를 잡고 매달렸다.
텍사스에서 왔다는 한 미국인 관광객은 “주말에 방문했을 땐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그래도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다”라며 “최근에도 여행 사진을 남기기 위해 밖을 바라보면서 난간에 매달리는 바깥 자리를 확보하려고 2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사람도 봤다”라고 했다. 수십명의 인파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광객이 붐비는 건 도심 뿐이 아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해안가의 피어33 선착장은 관광객 수백명으로 붐볐다. 약 1.5㎜ 강수량과 바닷바람 속에서도 이들은 외투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 긴 줄을 섰다. 약 100명의 관광객이 서로 밀착해 철제 펜스를 따라 선 하나의 줄은 모서리에서 6번 꺾여 ‘ㄷ’자를 여러 번 그렸다.
이들 육지에서 약 2㎞ 떨어진 알카트라즈 섬으로 가는 여객선에 오전 11시 탑승하기 위해 이날 선착장을 찾았다. 알카트라즈섬은 알 카포네 등 유명한 흉악범이 수감돼 명성을 얻은 감옥이 1963년까지 운영됐던 곳으로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관광지다. 1996년 개봉한 영화 더록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매년 16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왔던 이곳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3월부터 약 1년간 폐쇄됐으며 재개장한 2021년에도 관광객 수는 기존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샌프란시스코로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이곳도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알카트라즈섬 관계자는 “하루에 2번만 진행되는 야간 투어의 경우 다음 주까지 모두 팔렸다”라고 했다. 이곳을 포함한 주요 도시 중심지로 관광객을 태우고 이동한다는 택시 기사 세바스치아노는 “코로나19 때는 대부분 고객이 인근 거주자였으나 최근엔 공항이나 관광지로 호출하는 관광객이 늘었다”라며 “아직 겨울 시즌 중 유일한 성수기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전년 대비 많아졌다”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샌프란시스코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알카트라즈섬을 포함한 주요 관광지에 여행객이 다시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관광청(STA)에 따르면 2021년 1700만명이었던 샌프란시스코 관광객 수는 올해 약 26.5% 늘어 2150만명, 2023년엔 24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증가 추세에 따라 2025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벽하게 회복할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韓 여행객 2배 증가... 코로나 규제 완화 효과
특히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여행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아시아권 관광객이 늘자 샌프란시스코 관광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여행객에 대한 격리 조치를 해제하자,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한국인 관광객 수보다 불과 14% 낮은 수치다. 대만 역시 지난 6월 여행객에 대한 격리 조치를 완화하면서 대만 관광객 수는 올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다. 샌프란시스코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올해 9월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인도와 베트남 관광객 수는 2019년 동기 대비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고 지난 11월 보도했다.
앞서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을 닫았던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여행 제한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여행객에 한해 해제했다. 여행길이 열리자 각 도시도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2020년 8월부터 레스토랑, 술집, 체육관 등 시설 출입 시 백신 접종 증명서 혹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확인을 의무화했으나, 지난 3월부터 이를 전면 해제했다.
정부와 시가 이런 결정 내린 배경엔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관광객 그리고 급락한 관광 수익이 있다. 미국 호텔 및 숙박협회(AHLA)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주요 관광 도시 중 여행 가장 급격한 여행 매출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주요 기업 행사와 컨벤션이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않으면서, 출장 여행 매출은 지난해 70% 감소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전체 관광객 수는 2019년 2620만명에 달했으나 2020년 1020만명까지 추락했다.
다만 최근 관광객 증가 추세와 함께 경기를 일으키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맞닿아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미국 주요 도시의 관광산업은 호황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형곤 세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샌프란시스코는 기존에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컸던 만큼 현재 발목이 묶인 중국인 관광객까지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면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다”라며 “코로나19 치명률이 극단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면 관광산업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정부가 여행 규제를 되도록 풀지 않고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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