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신고도 못한 채 숨죽인 74년…95세 제주4·3 수형인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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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음에도 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숨죽여 살아온 수형인이 처음으로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오후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박화춘씨(95·여)에 대한 재심 사건을 심리한 끝에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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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진상조사 중 수면 위로…무죄 선고에 "고맙다" 눈물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음에도 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숨죽여 살아온 수형인이 처음으로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오후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박화춘씨(95·여)에 대한 재심 사건을 심리한 끝에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희생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제주4·3 수형인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법원이 무죄까지 선고한 것은 박씨 사례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제주4·3으로 서귀포시의 한 밭에서 숨어 지내던 1948년 12월 어느 날 밤 집안 제사를 지내기 위해 어머니 집으로 가던 중 토벌대로 추정되는 사람에 의해 인근 마을로 끌려간 뒤 그대로 경찰서에 수감됐다.
서귀포경찰서에 며칠 수감됐다가 다시 제주경찰서로 이동해 수감되는 과정에서도 박씨는 자신이 어떤 범죄사실로 체포·구속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박씨는 제주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당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당하기도 했는데, 끝내 박씨는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관에게 "남로당 무장대에게 보리쌀 2되를 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결국 박씨는 1948년 12월26일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전주형무소 등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우량수형자 석방령에 의해 1949년 10월26일 출소했다.
그동안 박씨가 희생자 신고를 하지 않고 지내면서 해당 피해사실은 올해 19년 만에 재개된 제주4·3 추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어렵사리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신속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처음으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해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이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해 달라"고 밝히자 재판부는 그대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오늘 판결로 오랜 억울함이 풀리길 바란다"며 "이제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 놓고 마음 편히 지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씨는 선고 직후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을 향해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모두 고생했고, 너무 고맙다"고 눈물을 훔쳤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고 "제주4·3 생존 수형인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 주신 모두에게 고맙다"며 "재판부와 검찰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주도정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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