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성소수자’ 논란에도···보수 입김 더 반영된 교육과정 심의안
‘자유민주주의’ 남기고 ‘성평등·성소수자’는 지워
전근대사 비중 높이고 성(性) 관련 표현 추가 수정
교육부는 6일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심의안)을 공개하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상정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9일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한 후 20일간 행정예고 기간을 가졌다. 교육부는 그동안 접수된 1574건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과정심의회를 거쳐 심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7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새 교육과정은 이제 국교위 심의만을 남겨뒀다. 그간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에서 제외하는 등 ‘보수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 마련된 심의안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되려 행정예고안보다 보수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심의안에서도 역사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 중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병기했다. 교육부는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맞춰 해당 용어들을 함께 사용하는 행정예고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예고안이 나왔을 때 교육부는 헌법 전문과 과거 교육과정 표현 등을 고려해 ‘민주주의’로 기술된 내용 중 일부를 수정했다고 했으나 일부 역사 교사들과 연구진은 일방적 수정이라며 반대했다.
‘성소수자’ ‘성평등’ 표현도 그대로 삭제됐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성취기준 해설에서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고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바꾸는 내용이 심의안에서도 유지됐다. 중학교 도덕과에서 ‘성평등’을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인권단체 등은 다양성을 무시하는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안에는 행정예고안보다도 보수진영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심의안에서 한국사 과목의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9개로 늘렸다. 기존 6개에 고대, 고려, 조선을 추가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등이 지난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50년의 근현대사는 교과서의 84%에 반영하고 이전의 역사는 16%만 반영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래훈 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행정예고 때도 고시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현장 교사들과 연구진은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떤 근거로 전근대사 비중을 늘리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실과 교육과정의 ‘전성(全性)적 존재’라는 용어도 삭제하기로 했다. 해당 표현이 성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을 지녀 우려된다는 보수 기독교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보건의 ‘성·생식 건강과 권리’는 ‘성 건강 및 권리’로 수정됐다. 여기에도 “‘생식’이라는 표현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기독교계의 주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초·중학교 자율시간은 학급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기별로 1주의 수업시간 만큼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자율시간의 최대 확보 시간은 68시간이었는데 학급마다 다르게 운영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국교위 심의를 거쳐 이달 말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차례대로 적용된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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