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강남 아파트도 유찰 속출…고금리에 경매 90% 외면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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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낙찰률 14% 21년 來 최저
은마·타워팰리스·시범 ‘알짜’ 단지도 유찰
빌라 감정가 30%에 낙찰
고금리에 영끌족 경매 물건 쏟어질수도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김호영 기자]
부동산 경매 시장의 낙찰율이 21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162건 중 낙찰된 물건은 23건에 그쳤다. 낙찰율로는 14.2%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법원이 문을 닫았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낙찰률은 지난 9월부터 3개월째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3.6%로 한 달 전보다 5.0%포인트 낮아졌다. 낙찰가율은 지난 6월 110.0%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유망단지로 평가받는 곳들도 경매법정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례로 서초구 방배2차 현대홈타운 전용 115㎡는 감정가 25억 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두 차례나 유찰됐다.

도곡1차 아이파크 전용 84㎡와 타월팰리스 전용 163㎡도 각각 19억 8800만원과 40억원 감정가에 경매매물로 나왔지만, 낙찰자는 없었다. 서초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60㎡ 역시 30억6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을 피하지 못 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여의도 시범과 대치동 은마, 목동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5년만에 경매 시장에 나온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매물로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은마 아파트는 강남권에서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 10월 19일 정비사업 추진 23년 만에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총 28개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진행된 여의도 시범 아파트 전용 118㎡ 역시 감정가 20억1600만원에 나왔지만 응찰자는 없었다. 시범 아파트는 지난달 7일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이 확정됐다. 단지는 신통기획을 통해 1584가구에서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면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은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는 전용 108㎡가 감정가 19억 7000만원에, 전용 71㎡는 감정가 17억2000만원에 나왔지만 각각 두 차례 유찰됐다. 서울시가 최근 목동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통과시키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산다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에서 그동안 매수희망자를 몰고 다니던 아파트까지 경매 유찰이 잇따르는 이유는 얼어붙은 매수 심리에 최근 경매 물건들의 감정가가 작년 고점을 기준으로 책정되다 보니, 지금 낙찰받으면 비싸게 산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경매 물건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연말 빌라 경매시장 ‘몸살’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집값 급등기 저렴한 금액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해 경매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던 빌라도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감정가의 30%대 수준에서 낙찰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매업계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는 700건으로 이 가운데 70건이 낙찰되면서 낙찰율은 10%에 불과했다.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빌라 낙찰률( 25.3%)도 지난달 대비 2배 높았다. 올해 빌라 낙찰률은 1월 31%로 시작해 4월 40.8%까지 올랐지만,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영향으로 매수세가 끊기면서 이후 낙찰률은 줄곧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84.9% 수준으로 지난 5월 97.60% 기록한 이후 6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응찰자 수 역시 지난달 평균 2.02명으로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재 전용 113㎡ 다세대주택 한 가구는 감정가의 32% 수준인 최종 2억1712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서부지법 경매3계에서 진행된 해당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지난 5월 기준 6억7900만원이다.

해당 물건은 5월 경매 이후 여섯 차례나 더 경매를 진행한 끝에 주인을 찾았다.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해당 경매물건 인근 빌라 전용 39㎡형 호가는 이날 기준 5억5000만 원 수준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법 경매3계에서 열린 서울 송파구 삼전동 전용 90㎡형 다세대주택 한 가구 역시 감정가 6억1644만원의 78% 수준인 4억7788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곳은 응찰자가 10명이나 몰렸지만,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 이하로 형성됐다.

경매 전문가 상당수는 내년 상반기 이후 빌라 경매 시장 상황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하반기 들어 전세 보증금 미반환 등 ‘깡통주택’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7~10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가 총 598건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여기에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매물까지 늘어난다면 경매 시장 상황은 더 악화될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셋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 영향으로 경매에 내몰리는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매시장을 찾는 발길까지 끊길 경우 서민들은 전세 보증금 회수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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