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동호안 3만평 권리포기 ③- 견제 잃은 의회 ‘무사 통과’
면피성 발언에 알맹이 없는 질문..."시의회 존재 이유 뭔가?"
잘 모르면 '시민 공청회나 전문가 토론회’ 개최했어야 지적
[더팩트 광양=유홍철 기자] 수 천 억원대 사용가치를 지닌 광양시 동호안 3만평 부지를 겨우 20억 원 안팎의 기부금을 받는 선에서 인선이엔티에 넘기려는 광양시의 꼼수 행정에 대해 광양시의회가 책임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형식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시의회 안팎에서 의회의 본래 기능인 행정부 견제라곤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18일 ‘광양제철소 슬래그처리장(동호안 3만평)내 부지 사용권리 포기 동의안’을 승인한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시의원들이 (20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받고 특정 기업에 넘기려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에 대해서만 거론할 뿐 집행부가 내놓은 특정기업 특혜성 동의안을 통과시키기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대목이 당시 의원들의 발언 곳곳에서 포착된다.
광양시 김재희 환경과장이 지난 1월 시의회 총무위원회에 출석, ‘3만평 부지 권리포기 동의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했다.
김 과장은 "영산강유역환경청, 광양시, 환경관련 단체 등 15개 기관‧단체가 사고복구 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였으며, 9차례에 걸친 회의 결과 14년 12월 15일 사고복구대책위원회에서 우리시에 사용권이 있는 공유수면 3만 평과 포스코 부지를 교환 후 기존 3, 4단계를 복구하는 현지 안정화를 최종 결정하고 동의하여 사고대책위 결정에 따라 인선이엔티는 17년 2월부터 19년 6월까지 120억 원을 투입, 매립장 3, 4단계를 복구 완료했습니다."라고 복구과정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어 "지난 4월 23일과 6월 10일에 우리시 사용권 부지 3만 평과 포스코부지 3만 평의 변경요청이 있었고, 인선이엔티도 2014년 4월 29일 9차 사고복구대책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사항을 이행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라고 포기동의안을 제출한 사유를 설명했다.
광양시 3만평 부지 바로 인근에서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운영중인 인선이엔티가 요청했다는 사고대책위의 최종 의결사항이 뭔지에 대해 따져 묻는 의원이 없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사고대책위 산하의 실무위원회가 마련한 두 가지 안 중에서 사고대책위의 최종 의결사항에는 ‘광양시, 포스코 부지 대토 3만평+기존 3,4단계 복구’라는 내용의 소위 ‘현지 안정화 방안(제1안)’이라고 돼 있을 뿐이었다.
대형 환경사고를 냈던 인선이엔티가 요청하는 안에는 인선이엔티에 3만평 부지를 주기로 한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첫 질의자로 나선 문양오 의원은 "(권리포기 했을 때) 향후 우리 시와 시민들에게 불이익이 하나도 없느냐? 시가 얻게 되는 것이 뭐냐?"라는 등 몇 가지를 질문한 뒤 "해당 부서에서 깊이 검토를 했다고 그러니까 일단 믿어보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질문을 마쳤다.
송재천 의원은 "상대가 장사꾼들이에요. 우리 머리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사용권을 포기했을 때 무엇을 받을 것인가. ...집행부에서 후손들에게 욕먹을 일 없도록 협정서를 만들든지 협상을 잘 해야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집행부가 알아서 잘 하라는 식의 질의를 했고 송 의원은 기부금 받는 액수에 대한 협상을 잘하라는 말을 할 뿐 인선이엔티에 사용권을 넘기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성희 의원은 "그게(인선이엔티의 기부금액) 우리가 오픈하기 힘든 사항을 환경단체나 그런 데서 협약서를 작성을 한다. 그게 거기에 표기가 들어가야 되지 않습니까?. (기부금을 받을) 안전장치 후에 (3만평 사용권을) 포기한다든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의 요지는 인선이엔티에 3만평 부지 사용권을 주되 안전장치에만 방점이 있었다.
서영배 의원은 "인선이엔티가 어찌 보면 매립지 사업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실은 인선이엔티가 사고 책임자라는 말이에요. 그런데 또 인선이엔티에다가 줄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잖아요."라고 발언했다.
서 의원은 또 "광양시가 (2014년 사고대책위 의결사항에) 사인을 안 했다. 지금은 동의안까지 올라왔으면 어느 정도 협의가 되었다는 말이네요. (...) 시민들한테 충분하게 어필이 되어야 되고 숙의기간을 가져야 되고..."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그쪽 인선(이엔티)에서도 적극성을 띄고 있고 인선에서도 그동안 120억이라는 돈을 들여서 복구를 완료했기 때문에 (...). (...) 저희들이 환경단체들을 쭉 만나봤는데 그분들은 이 포기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를 했고요."라고 답변했다.
서 의원은 인선이엔티가 사고책임자이긴 하지만 인선이엔티가 매립사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를 한데다 인선이엔티가 사고복구에 120억원을 들였다거나 환경단체들이 권리포기에 적극 동의했다는 환경과장의 답변에 대해 아무런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김 환경과장이 120억 투입이라고 단정적으로 업체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 그 근거를 따져 묻지 않았고 또 환경단체들이 권리포기에 적극 동의했다는 답변에 대해 추가질문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이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사고대책위의 의결사항에 동의했을 뿐 권리포기에 대해 동의했다는 환경단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적극 동의했다’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거짓인지 여부에 대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의원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호안 3만평 권리 포기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박말례 의원은 "(권리) 포기하고 후손에게 정말 우리 의회가 떳떳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압감을 느낍니다. 민간임대도 할 수 있는 권한을 (환경부로부터) 이미 확보한 것이니까 협상을 하실 때 임대 수준에 근접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도 인선이엔티에 특혜성 양도는 안된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동호안 3만평 부지에 대한 사용권리 포기 동의안을 낸 광양시의 행정이 일차적으로 의문을 자아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집행부의 불합리하고 부정한 행정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키지 못한 시의원들의 행태가 지난 1월 의회 발언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의원 자신들이 환경에 대한 식견에 부족하다면 시민 공청회나 전문가 초청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의회가 이같은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않았고 면피성 질의에 급급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거대한 이익 카르텔을 형성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더해져 시의회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모씨(53. 중마동)는 "당시 시장이나 의원들이 임기를 몇 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시의 이해관계가 얽힌 중대한 사안에 대해 한 과장의 ‘장래 활용계획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따라 속전속결로 처리한 모습과 의원들의 형식적인 질의 내용 등을 살펴보면 온갖 의혹이 버무려진 꼬락서니가 아니고 뭐냐"고 분개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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