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육류 섭취 줄이고 채소 늘려봐요, 지구 아닌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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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올겨울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진다.
육류와 유제품, 가공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다행히 쌀을 비롯해 배추와 무 등 채소와 사과와 귤 등 과일은 풍작이어서 예년보다 부담이 덜하다.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했을 때 건강에 부정적인 효과 역시 단순히 포화지방 때문이 아니라 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소를 장내 미생물이 대사할 때 내보내는 산물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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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카르니틴·히스티딘, 동맥경화·당뇨 악화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올겨울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진다. 기후위기로 인한 흉작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과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육류와 유제품, 가공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다행히 쌀을 비롯해 배추와 무 등 채소와 사과와 귤 등 과일은 풍작이어서 예년보다 부담이 덜하다. ‘그럼 풀만 먹으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에서 2020년 54.3㎏으로 50년 새 10배나 늘었다. 세계 평균보다 10㎏ 더 먹는다. 유엔 등은 사람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육류 섭취량을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라고 권고한다.
그렇다면 1인당 육류 19.9㎏을 섭취하던 1990년께가 이상적이었을까. 당시는 지금보다 쌀은 물론 배추와 무, 마늘 같은 채소를 더 먹었지만, 차츰 육류와 수입한 밀로 만든 빵과 면류, 과자에 밀려났다. 과일은 국내 과일은 약간 줄고, 수입 과일이 크게 늘었다.
흥미롭게도 지나치게 먹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비싸고, 몸에 좋지만 적게 먹는 음식은 싸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서민들을 그나마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유도하는 셈이니 다행이랄까.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식물성 폴리페놀)는 항산화, 항염증 효과 등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체내 흡수가 잘 안돼 그 작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장에 사는 미생물이 소화 과정에서 흡수되지 못한 플라보노이드를 먹고 내놓는 물질이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는 고지방 먹이를 준 생쥐에게 케일과 시금치 등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인 캠퍼롤을 투여하자 장내 미생물이 4-HPAA라는 물질로 바꿔 비만을 억제하고 지방간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2018년에는 감귤류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인 나린제닌이 비만과 동맥경화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했을 때 건강에 부정적인 효과 역시 단순히 포화지방 때문이 아니라 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소를 장내 미생물이 대사할 때 내보내는 산물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육류에 풍부한 카르니틴은 장내 미생물의 작용으로 티엠에이(TMA)로 바뀐 뒤 간에서 티엠에이오(TMAO)라는 물질로 변환돼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또 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인 히스티딘 역시 장내 미생물이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라는 물질로 바꿔 내보내 당뇨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월 전국한우협회는 올해 예상 육류 소비량이 56.5㎏으로 처음으로 쌀 소비량(54.1㎏ 예상)을 넘어설 것 같다고 발표했다. 우리 건강에 빨간불일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거꾸로 가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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