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cm 눈에 시민들 갇혔다...청주시 늑장 제설 ‘분통’

신정훈 기자 2022. 12. 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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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충북 청주지역에 내린 1㎝ 안팎의 적은 눈에 시내 간선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있다.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청주시의 늑장 제설 조치에 시민들은 1~2시간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며 대규모 지각 사태를 빚었다. 하루전 기상예보가 있었는데도, 청주시는 제설장비를 제 시간에 배치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 /뉴시스

충북 청주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사상 초유의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겨우 1㎝ 안팎의 눈을 치우지 못해서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주기상지청 관측지점(복대동) 기준 0.5㎝의 눈이 내렸다. 청주에서 가장 많은 양의 눈이 기록된 상당구 미원면의 경우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늑장 제설로 도로는 금세 빙판길로 변했고, 도로는 꽉 막혀 차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가경동에서 출근길에 올랐던 한 시민은 “평소면 20분 정도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며 “차가 밀려 늦겠다고 회사에 전화했더니 다른 직원들도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경찰은 지구대 순찰차까지 동원해 교통을 통제하고, 비상용 모래를 살포하며 긴급 제설작업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도로에는 더 많은 차량이 몰려들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고, 시민들은 1∼2시간을 차 안에 갇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만 흘려보내던 시민 일부는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출근길에 나서기도 했다.

동남지구에서 버스를 탔다는 한 시민은 “상당공원까지 오는데 2시간 정도가 걸렸다”며 “도저히 차가 움직이질 못해 버스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제설작업을 안 했는지 도로가 온통 눈이고 빙판길이다. 공무원들은 놀고먹는 자들이냐”라며 “육거리에서 도청까지 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6일 오전 충북 청주시에서는 제설작업이 늦어져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사진은 꽉 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출근길에 나서는 시민 모습/신정훈 기자

청주시의 늑장 대처로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청주지역에서만 51건의 교통사고와 210건의 교통불편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충북도청에서는 이날 식자재 배송 차량이 늦게 도착하면서 구내식당 운영이 30분 정도 지연되는 일도 발생했다.

적은 양의 눈에도 교통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청주시의 제설 작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이날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흥덕구는 오전 8시, 나머지 3개 구청은 오전 8시40분에 첫 제설차량이 출동했다. 그마저도 꽉 막힌 도로 사정으로 제설작업은 지체됐다.

시는 애초 이날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1∼5㎝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제설 준비를 했지만, 이른 눈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사전에 눈 예보가 있으면 미리 제설 작업 준비를 마쳐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 제설작업에 나선다”며 “기상 예보와 달리 이날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려 대응을 서둘렀지만, 염화물과 소금을 실을 상차장비(백호·굴착기)가 도로 정체로 제때 구청에 도착하지 못해 제설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지청 관계자는 “전날 오후 5시쯤 6일 새벽부터 7일까지 충북 전역에 1∼5㎝의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뒤늦은 재난문자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는 이날 오전 9시가 다돼서야 “갑작스러운 눈으로 인하여 이면도로 등의 교통이 혼잡하다”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시민 김모(43)씨는 “이미 출근길 대란이 발생했는데 뒤늦게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것은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며 “청주시의 엉망진창 행정 때문에 모든 시민이 어마한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알려와야 문자 전송을 하는데 그게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현재 시청 홈페이지에는 시의 늑장 제설을 질타하는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눈이 와서 제설차도 다니지 못한 건가요”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밤새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다 대비를 못 했나?”라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청주시의 늑장행정이 출근 대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당연히 제설작업이 돼 있을 줄 알았던 시민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며 “청주시의 늑장 대응으로 청주시민 출근길 대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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