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IRA 논의 ‘초기적 진전”…보조금 차별 해소까진 먼 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5일(현지시간) 북미산이 아닌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논의에서 “초기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EU 간 ‘보조금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이날 메릴랜드대에서 열린 제3차 무역기술위원회 회의(TTC)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EU의 우려를 인지하며 이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IRA에 관한 미국과 EU의 태스크포스(TF) 차원 논의에서 “초기적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TC 회의체가 IRA 갈등 해결은 물론 대서양 양쪽의 기업, 노동자, 소비자에 이득이 되는 강력하고 안전하며 다변화된 공급망을 통한 ‘녹색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 측에서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집행위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집행위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TTC 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EU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오늘 그 논의를 진전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돔브로브스키스 수석부위원장도 “시작할 때보다는 약간 긍정적으로 회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EU는 올해 안에 미국 측이 IRA 수정 등 가시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미 의회에서 IRA 개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미 재무부가 연말까지 마련할 세부지침에서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 ‘적용 유예’ 등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상위 법률에 명시된 ‘북미산 최종 조립·생산’ 요건 완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논의 의제로 “전기차 세액공제, 상용차 세액공제, 핵심광물과 공급망”을 꼽은 데서 볼 때 친환경 상용차 범위나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규정 대상국 확대 등 ‘우회적’ 해법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EU가 이번 회의에서 IRA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한·미 간 논의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윤관석 위원장,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으로 구성된 정부·국회합동대표단이 지난 4일부터 워싱턴에서 미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견제’ 위한 미-EU 협의체 TTC서
IRA 보조금 차별 갈등 수면 위로
IRA를 둘러싼 미·EU 갈등은 바이든 정부가 “대서양 동맹 간 협력과 무역·기술·안보에 관한 민주적 접근을 진전하는 데 필수적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하는 TTC 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TTC는 지난해 9월 중국의 기술패권 추구를 견제하고 불공정 무역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양측의 공감대 속에 출범했다. TTC가 가동하고 있는 10개 워킹그룹의 주제를 살펴보면 기술표준, 기후·청정 기술, 공급망, 수출통제 협력, 안보·인권 위협 기술 오남용 대처 등 중국 견제가 최우선 목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IRA 제정 등 일련의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가속화하는 것에 EU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양측 간 무역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TTC 회의를 하루 앞둔 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IRA에 맞서 EU의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베스타게르 부위원장도 이날 “우리는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싸우겠지만 각자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할 것”이라며 “유럽 업계가 어떤 맞춤형 지원을 한시적으로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EU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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