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미이케 감독 "한 발짝씩 걷다 크게 점프한 작품"

강애란 2022. 12. 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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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장벽, 철저한 대본 검수와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
"원작 웹툰의 심플함에 충격…한국 제작진과 화학반응 기대"
미이케 다카시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와 이게 한류 드라마다!'라고 느꼈죠."

영화 '착신아리', '13인의 자객' 등을 연출한 일본 장르영화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한국 배우들, 제작진의 만남이 성사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한 정해인·고경표 주연의 디즈니+ 드라마 '커넥트'를 통해서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미이케 감독은 '커넥트'의 작업 과정과 작품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커넥트'는 장기밀매 조직에 한쪽 눈을 빼앗긴 불사(不死)의 몸을 가진 신인류 동수(정해인 분)와 동수의 눈을 이식받은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적이 다른 감독과 배우들 사이의 언어 장벽에 작업이 순탄치 않았을 듯했지만, 미이케 감독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나 억양이 감독의 의도를 빗나가지 않도록 대본 번역과 검수를 여러 차례 하고, 현장에서는 한국 스태프들과 의견 교환을 활발히 한 덕분이다.

미이케 감독은 "시나리오 번역과 검수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제작진이 또 체크를 했다"며 "이후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이미 그들에 대한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흐름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김지용 촬영감독의 표정을 봤다"며 "김 감독이 의문을 품은 얼굴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물으면 '확 와닿지 않는다', '이 신에서는 안 맞는다' 등의 의견을 줬다.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 재촬영하는 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했다.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미이케 감독은 원작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국 웹툰은 일본의 '망가'와 비슷하지만, 표현 방법은 전혀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이케 감독은 "원작을 보면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에 세부적인 묘사보다는 칼을 보여준 뒤 검은 화면을 배치하고 '쓱'이라는 말을 넣는다"며 "배경이 심플하고 스크롤을 쭉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심플한 웹툰 화면 자체가 각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심플해서 다양한 상상이 가능했고, 이걸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이미지가 많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커넥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드라마에 추가한 요소 중 하나는 음악이다. 1화 첫 장면에서 정해인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극 중 Z(양동근)에 의해 한번 편곡되고, 노래를 작사·작곡한 선우정아의 오리지널 버전으로도 변주된다.

미이케 감독은 "6화까지 보면 3가지 버전의 노래를 다 들을 수 있는데, 버전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이 재밌다"며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양동근씨의 팬이어서, 그가 부른 어깨에 힘을 다 뺀 듯한 느낌의 버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본 감독이 본 젊은 한국 배우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미이케 감독은 정해인을 두고는 극을 이끌고 가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칭찬은 물론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살뜰히 챙기는 '믿음가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고경표에 대해서는 '악마'라고 언급하며, 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넘쳐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미이케 감독은 고경표의 캐스팅 비화도 털어놨다.

그는 "슬림한 사진을 본 뒤 첫 미팅을 했는데, 살이 찐 채로 나타나서는 '다이어트 실패했어요. 헤헤헤'라며 웃었다"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녀석 재밌다'라고 느꼈고, 이런 모습이 정말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전까지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촬영장에는 더 살이 쪄서 나타났다"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미이케 감독의 감은 적중했다. 고경표는 기존에 정형화됐던 날카롭고 마른 이미지의 사이코패스 이미지를 깨고, 부드러운 듯해 보이지만 결코 속을 알 수 없고 벽이 느껴지는 서늘한 분위기의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커넥트'는 미이케 감독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일본에서 수십편의 영화를 내놓은 '베테랑' 감독이지만, 한국 배우들, 한국 제작진과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이 아닌 디즈니+라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작품을 내놓는 것도 최초다.

미이케 감독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이 드라마에 맞게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스태프들과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벌어질 화학반응을 기대했다"며 "재능있는 사람들과 (기존과 다른)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영화계에서도 왜 내가 (한국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작업하고, 디즈니+에 작품을 스트리밍하는 걸 보고 '이게 무슨 일'이냐는 분위기"라며 "나도 앞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만남이 가능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로 인해 일본 영화계 역시 굉장히 소란스럽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 발짝씩 움직여왔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 크게 점프했다고 생각해요. 대신 그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분명한 것은 크게 점프했다는 것이죠."

디즈니+ 드라마 '커넥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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