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한반도 평화의 미래와 여성

입력 2022. 12. 6. 13:30 수정 2022. 12.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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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스1) = 내년 7월 한반도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다. 그로부터 30년 후 정전협정 100년이 되는 2053년, 한반도의 미래를 질문해보자. 우리는 공동번영하는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게 될까? 갈등과 격차가 늘어난 한반도에서 살게 될까?

이 미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대화’의 하나로, 한반도 평화에 초점을 맞춰 서울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올가을 이틀에 걸쳐 다섯 명씩 다섯 그룹, 총 25명의 그룹인터뷰를 기획해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한국 여성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래 전망과 미래 선호, 진단과 우려를 진지하게 들었다.

이번 한반도 미래대화는 2000년 유엔 안보리결의 1325호 이후 발전해온 유엔의 ‘여성, 평화, 안보’(Women, Peace, Security, WPS) 의제를 한반도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차원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평화 구축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유엔의 ‘여성, 평화, 안보’ 의제는 세계의 다양한 갈등 해결, 평화 과정에서 여성을 포함한 모두의 평등한 참여(participation), 전쟁, 무력 분쟁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하는 여성을 포함한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protection), 모든 무력분쟁 및 차별적 폭력의 예방(prevention), 분쟁 후 사회의 구호복구(relief and recovery)의 네 가지 큰 주제를 포괄한다. 사실상 세계의 많은 분쟁, 평화과정의 현장에서 폭력과 범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중재, 일상 유지 및 재건 등 다양한 평화구축 노력의 주체인 여성들, 그리고 젠더를 비롯해 어떤 요인에서든 그들의 목소리, 존재가 평화과정에서 침묵, 배제되는 이들을 포괄하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미래대화는 여성들과의 대화를 기획했다.

국회미래연구원 과제로 진행한 미래대화 참여자는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리서치 패널 중에서 여성, 평화 주제에 관심이 있는가에 대한 4개의 사전질문에 모두 ‘예’로 대답한 서울시 거주 여성(만19세-69세) 25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다섯 개의 그룹 인터뷰는 리서치 측의 퍼실리테이터의 주재하에 참여자들이 미리 준비된 소주제 질문들에 자유롭게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평화 만들기의 관점에서 지금 한반도는 어디에 위치하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등의 미래 대화를 위해 유엔의 보편적 ‘여성, 평화, 안보’ 의제의 틀 안에서 ‘여성과 안전’, ‘여성과 일터/가정에서의 평등’, ‘여성과 한반도 평화’ 세 가지 소주제별로 질문을 하고 대화를 관찰했다.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에게 한국은 더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점, 법제도 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재하는 일터(혹은 가정)에서의 젠더 간 불평등을 지적했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위협인식과 미래의 평화, 통합을 위한 폭넓은 제안과 상상을 내놓았다. 첫 번째 여성과 안전 소주제의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여성에게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 질문과 관련해 전체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의 안전을 5점 만점에 3.3점으로 매겼으나, 여성으로서 느끼는 안전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20대로 이뤄진 두 그룹의 안전에 대한 위협인식이 두드러졌고 연령에 관계 없이 대화 중에 자신이나 주변이 위험에 처했던 경험, 사회적 뉴스가 공유되었다.

두 번째 소주제 일터 혹은 가정에서의 평등에서는 ‘한국 사회가 평등, 공정, 정의롭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자신의 일(가정)에 만족하는지’, ‘여성으로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는지’ 질문했는데 5060 그룹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부정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실제적 차별에 대한 응답에서는 연령별로 시대적 변화 및 생애주기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반영되었으나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젠더적 이분법에 따른 제약의 다양한 경험, 사례, 문제의식이 이야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소주제 한반도 평화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30-40년 뒤 한반도의 가능한 미래, 바라는 미래상은 무엇인지’, ‘회피하고 싶은 미래는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평화의 가장 큰 적으로는 사회정치적 양극화, 군사적 대립, 북핵, 젠더 갈등, 교육, 언론, 기후변화, 자살률, 출생률, 소외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됐다. 중장기적 한반도의 미래상에 대해선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다층적 교류협력의 필요성과 관련 제안들이 토론되었다. 회피미래로는 대다수가 (핵)전쟁을 언급했고 남북관계의 단절에 따른 북중관계 밀착에 대한 소수의견이 있었다.

이번 미래대화는 서울 지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초보적 연구로 향후 지역 및 젠더를 확대하는 한편 질문지를 보완하는 등 방법론적 심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의 대화, 상호작용 과정으로부터 초점집단면접 결과는 지속가능한 평화 만들기를 위해서 평화가 얼마나 광범한 영역을 포괄하는, 상호 연계되는 개념으로 정의될 필요가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이번 미래대화의 사후 질문에서 평화에 이르기 위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개인의 안전, 삶의 질 보장, 평등한 기회,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갈등 해결의 방식, 군비경쟁 완화, 교육 등)에 대한 응답은 개인의 안전(14명), 삶의 질(6명), 평등(5명), 정의(5명), 평화로운 갈등 해결(3명) 등의 순으로, 일상의 안전, 삶의 질 보장, 평등과 정의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평화의 중요한 조건, 구성요소인가를 알려준다.

유엔 ‘여성, 평화, 안보’ 의제가 명시하는 바와 같이 평화의 구축과정에는 그 존재 여부에 따른 여파를 살게 되는 모든 사람의 참여와 대표가 필수적이다. 서울 여성들과의 목소리를 반영한 한반도 미래대화 결과, 평화 만들기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일상적 안전, 자신의 일에서의 만족과 평등, 사회적 정의 만들기는 남북관계, 군사적 신뢰 구축, 한반도의 점진적 사회통합 등과 연계되는, 연속선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점, 평화는 타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소통과 교류, 다양성의 존중과 포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대화하는 반복적 합의의 과정, 그것은 평화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한반도 미래대화는 미래의 평화를 살게 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미래전망, 미래선호에 바탕한 미래전략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2053년 정전협정 100년의 한반도는 이러한 한반도 미래대화의 축적을 통해 지속가능한 평화 만들기를 담보하는 아래로부터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현재의 대립과 혐오, 무관심과는 다른 미래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김태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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