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환경은 생각하지만 눅눅한 종이 빨대는 싫었는데…

서동균 기자 입력 2022. 12. 6. 13:15 수정 2022. 12. 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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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빨대' 하면 우리 머릿속엔 단단한 플라스틱 빨대가 먼저 떠오른다. 잘 구부러지지 않고 물에도 젖지 않는 강력한 빨대. 하지만, 이젠 이런 단단한 빨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단단한 빨대가 아닌 말랑말랑한 종이 빨대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이달 말부터 모든 음식점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전부 사라져야 했지만, 정부가 유예 기간을 더 주면서 내년까지 종이와 플라스틱의 불편한 동행이 이어지게 됐다. 환경을 위한 당연한 변화지만, 완벽한 변화는 아니다. 종이 빨대가 가진 단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단점은 종이 빨대의 내구성이다. 빨대를 음료에 넣을때 종이 빨대가 쉽게 젖으면서 눅눅해져버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빨대가 빨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페를 찾는 많은 소비자들이 종이 빨대에 원성을 내는 이유이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인 것은 알겠지만 빨대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종이 빨대, 왜 이렇게 쉽게 눅눅해지나?

종이 빨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00% 종이인 걸까? 그렇지 않다. 빨대의 대부분이 종이로 만들어지지만, 마지막 코팅 과정에서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에틸렌(PE)이 코팅된다. 빨대의 내구성 등을 만들어주기 위한 과정인데, 이때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폴리에틸렌은 물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이다. 반면 종이는 물과 친한 친수성**인데 성질이 전혀 다른 소재가 만나다 결합하다보니 100% 완벽한 코팅이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눈엔 전혀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지만,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눅눅함이 생긴다. 코팅이 덜 된 부분으로 음료가 침투하고 종이에 흡수되면서 빨대 전체가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에 테트라포트를 설치해도 테트라포트 빈틈 사이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원리처럼 음료가 코팅막의 빈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성질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물질을 결합해 사용하다보니 재활용이 힘들다. 종이는 종이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재활용해야하는데 플라스틱이 코팅된 종이 빨대는 어느 쪽으로도 재활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봐도 빨대의 종이 성분은 자연에서 분해되더라도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에틸렌은 분해되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들을 해결하고자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한 빨대가 등장했는데 옥수수 빨대라고 불리는 폴리락틱산(PLA) 빨대, 쌀 빨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옥수수 빨대는 해양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고 쌀 빨대는 비싸고 단면이 날카롭다는 단점이 있어 널리 상용화되지 못했다. 바이오플라스틱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것이다. 바이오플라스틱 자체로만 빨대를 만들면 분해가 잘 안 돼서 문제고, 바이오플라스틱을 코팅제로 쓰면 일반 플라스틱보다 물을 잘 투과해 더 눅눅한 빨대가 되기 때문이다.
 

눅눅하지 않은 친환경 빨대?

국내 연구팀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곽호정 박사 연구팀 등 국내 공동연구팀이 분해가 잘 되면서도 기존 플라스틱 빨대처럼 내구성이 강한 빨대를 개발했다. 코팅제로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사용했는데, 기존 바이오플라스틱 코팅제가 가진 약점도 극복했다. 식물에서 얻은 천연 재료인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라는 재료가 핵심이었다.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면서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의 자체 내구성도 강화하고, PBS가 종이 빨대를 빈틈없이 코팅할 수 있게 만들었다.


a, PBS 바이오플라스틱만 사용한 경우 – 단면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고 빈틈도 많음.
b. PBS와 CNC(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 섞은 경우 - 단면이 a보다 고르고 빈틈도 적음.
c. 화학 공정을 통해 PBS와 CNC를 정밀하게 섞은 경우 – 가장 고르고 빈틈도 가장 적음.

연구팀은 실제 개발된 빨대를 이용해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종이 빨대와 비교했는데 새로 개발된 빨대의 내구성이 훨씬 뛰어났다.


또, 실제 자연 환경에서의 분해 속도를 보기 위해 포항의 인근 해역에 빨대 샘플 담가 120일 정도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플라스틱 빨대와 옥수수 빨대는 전혀 분해되지 않았고 종이 빨대는 5% 정도 분해됐다. 반면 새로 개발된 빨대는 60일이 지난 시점에서 50% 이상 분해됐고 최종 120일 후에는 말끔하게 사라졌다.


기존보다 가격이 10% 정도 비싸지만, 환경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 책임자 오동엽 박사는 "해당 기술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사례다"면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바꾼다고 즉각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미래엔 다를 것이다"라면서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부탁했다.

<참고문헌>
Hojung Kwak, Hyeri Kim,Seul-A Park, Minkyung Lee, Min Jang, Sung Bae Park, Sung Yeon Hwang, Hyo Jeong Kim, Hyeonyeol Jeon, Jun Mo Koo, Jeyoung Park, Dongyeop Oh, "Biodegradable, Water-Resistant, Anti-Fizzing, Polyester Nanocellulose Composite Paper Straws", Advanced Science(2022), doi.org/10.1002/advs.202205554

서동균 기자wind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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