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자연분해·음료수 속에서도 ‘빳빳’…새 종이 빨대 개발
바닷물에서 약 4개월만에 100% 자연 분해되면서 음료수 안에 오래 담가 놓아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아 쓰기도 편한 새로운 종이빨대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과 소비자 편의성을 동시에 높일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곽호정 박사와 서강대 박제영 교수 등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100% 생분해가 되면서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좋은 종이빨대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종이빨대는 완전히 종이만으로 만든 게 아니다. 100% 종이만 쓰면 액체가 닿을 때 쉽게 눅눅해져 빨대로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표면에 코팅을 한다. 코팅에 쓰는 물질은 주로 폴리에틸렌(PE)이나 아크릴 수지다. 비닐봉투와 접착제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종이컵에도 종이빨대와 같은 코팅 물질이 쓰인다. 최근 다수의 해외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버려진 종이컵에 코팅된 폴리에틸렌은 잘 분해되지 않는 데다, 작은 입자로 떨어져 나와 자연계에 해를 끼치는 미세 플라스틱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대표적인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자체 기술력으로 합성한 뒤 종이와 주성분이 같은 ‘셀루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을 소량 첨가해 새로운 코팅 물질을 만들었다.
새 코팅 물질을 입힌 빨대는 바다에서 잘 분해됐다. 연구진은 포항시 북구 인근 해안의 수심 1.5~2m 바다에 다양한 소재의 빨대를 담근 뒤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빨대와 옥수수 성분이 들어간 플라스틱 빨대는 120일 동안 전혀 분해되지 않았다. 현재 쓰이는 종이빨대는 형체가 그대로 보존됐고 무게도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새 종이빨대는 물에 들어간 지 60일 만에 무게가 약 50% 줄었고, 120일 뒤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연구진은 “해양은 온도가 낮고 염분 때문에 미생물 증식이 특히 어렵다”며 “토양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 분해 속도가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만든 종이빨대는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였다. 새로 개발한 코팅 물질은 빨대 표면에 균일하고 단단하게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음료수 안에 오래 담가 놓아도 종이빨대가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성질이 강화된다.
연구진은 기존 종이빨대와 새로 만든 종이빨대를 5도의 찬물에 1분간 담가 놓은 뒤 무게추를 거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기존 종이빨대는 25g짜리 무게추를 견디지 못하고 심하게 구부러졌다. 반면 새 종이빨대는 50g 무게 추도 견뎌내는 내구성을 보였다.
또 새 종이빨대는 탄산음료 속에 넣어도 거품을 과도하게 발생시키는 일이 없었다. 코팅 물질이 빨대 표면에 빈틈없이 골고루 달라붙으면서 거품 발생을 자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동엽 박사는 “이 기술은 종이식기, 종이컵, 종이박스 등에도 쓰일 수 있다”며 “친환경적이면서도 종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관련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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