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우주 강국’ 전략, 보완할 부분 많다

2022. 12.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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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 · 과학커뮤니케이션

우주경제 로드맵 실속이 중요

돈벌이 앞세우면 실패할 우려

특혜 시비 막을 공정성 갖춰야

우주항공청 더 많은 고민 필요

정치적 이념적 오염 차단하고

국민에 투자 정당성 입증해야

정부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내놨다. 궁극적인 목표는 화려하다. 2031년에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켜서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다는 게 핵심이다.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우주 강국의 꿈을 위해 정부가 2045년까지 누적 1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경남 사천에 설치하는 우주항공청을 ‘한국판 나사’로 키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우주 탐사·수송·산업·안보·과학을 5대 미션으로 제시하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의 초안을 내놨다.

우리만 우주 개발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외려 전 세계가 ‘새로운 우주시대’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일본·아랍에미리트(UAE)·브라질·스페인도 우주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UAE는 이미 2014년에 우주청을 설립했고, 달·소행성 탐사는 물론 화성 이주 계획까지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제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이 우주를 지배하던 독주 체제는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우리도 이제는 먼 산만 쳐다볼 수 없다. 정부가 이제라도 우주 개발의 로드맵을 내놓고,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겉으로만 화려한 ‘로드맵’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우주에 대한 ‘비전’만 먹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속을 채워 넣어야 한다.

정부가 로드맵의 목표를 ‘우주경제’와 ‘우주산업’으로 못 박아 버린 건 못내 아쉬운 일이다. 물론 우주 개발이 새로운 첨단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는 동기가 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뒤늦게 우주 개발에 나서는 우리가 ‘경제’와 ‘산업’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강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국제사회에서 하찮은 속물 취급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경제’가 무엇인지가 도무지 분명치 않다. 달에서 채굴한 ‘자원’을 지구에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우주선으로 운반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원의 무분별한 활용으로 지구 환경을 망쳐 놨던 우리가 우주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도 안 된다.

물론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들이 우주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진국의 우주 개발이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노력이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밝혀낸 우주의 역사에 대한 지식의 학술적 가치를 더 주목해야 한다. 어쨌든 우주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세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민간 기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참여를 위한 확실한 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경쟁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민간 기업에 대한 볼썽사나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우주항공청의 정체와 운영에 대한 훨씬 더 많은 고민도 필요하다. 단순히 ‘민간의 참여’만 보장해 주면 우주항공청이 ‘한국판 나사’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공허한 것이다. 컨트롤타워만 만들어 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관료주의적 발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주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정책 관련 정부 기능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주 개발의 정치적·이념적 오염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사(敍事)가 절실하다. 우리도 다른 우주 선진국들을 따라서 우주로 나가야 한다는 어설픈 주장으로는 설득력을 기대할 수 없다. 밤하늘에 빛나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달’이 우리의 ‘궁극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수준의 감성적인 호소도 의미가 없다.

언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우주 개발 사업을 무의미한 순위 경쟁으로 변질시키지 말아야 한다. 우주 개발의 의미를 비현실적인 공상과학 수준으로 과장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우주 개발에 나서야 하는 확실한 명분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당화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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