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내 머릿속에 시한폭탄이?…뇌동맥류를 알아보자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2. 12.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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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의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뇌동맥류라고 한다. 풍선이 팽창하면 벽이 얇아져 쉽게 터지는 것처럼 뇌동맥류 혈관 벽은 원래보다 얇아져 있어서 평소에는 견뎌왔던 혈압 상승에도 찢어질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이라고 하는데 뇌 안에서 동맥이 터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대부분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갖게 되고 골든 타임을 지켜 치료받는다고 해도 13.5%는 석 달 이내에, 16.1%는 4년 이내에 숨진다. ▶ 관련 논문 보기
[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eur.2022.952794/full ]

뇌동맥류는 올해 두 번 대한민국 언론의 타임라인을 장식했는데 첫 번째는 5월 영화배우 강수연 씨의 사망, 두 번째는 7월 아산병원 간호사의 사망이었다. 안타까운 두 분의 죽음은 각각 영화계와 의료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뇌수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받아야 했던 ‘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은 국내 필수 의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건강검진에서 뇌동맥류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참고할만한 팩트들과 뇌동맥류가 파열했을 때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을 정리해 보았다.
 

뇌동맥류 사전치료도 위험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터진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 명제이다. 그러나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를 미리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은 논쟁적이다. 뇌동맥류가 자연적으로 터질 확률과 뇌동맥류를 치료할 때 위험성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직경 10mm 이하의 작은 뇌동맥류가 1년마다 터질 확률은 0.05%이다. 뇌동맥류를 개두술로 치료했을 때 사망 위험은 3.8%, 코일을 이용해 색전술 할 때의 사망 위험은 1%이다. ▶ 관련 논문 보기
[ https://academic.oup.com/brain/article/123/2/205/346015?utm_source=TrendMD&utm_medium=cpc&utm_content=Brain_1&utm_campaign=Brain_TrendMD_1&login=false ]

예를 들어 건강검진에서 직경 3mm의 뇌동맥류가 발견된 50세 남성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보자.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을 때 90세까지 터질 확률은 2%( 0.05% X 40년)로 계산된다. 색전술의 사망위험 1%보다는 높지만 개두술의 사망 위험 3.8%보다는 낮다. 색전술을 선택하는 게 나아 보이지만, 뇌동맥류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개두술보다 색전술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의술의 발달로 개두술과 색전술의 사망 위험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자, 식생활 습관 그리고 건강 상태에 따라 파열될 확률은 달라서 여전히 똑 부러지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우선 뇌동맥류 위치와 크기에 따른 파열 확률을 살펴보자.

뇌동맥류는 90%가 뇌의 앞쪽에 위치해 있는데, 5년 동안 파열될 확률이 뇌동맥류 직경의 크기와 비례한다. 7mm 미만이면 0%, 7-12mm이면 2.6%, 13-24mm이면 14.5%, 25mm보다 크면 40%다. 동맥류가 뇌의 뒤쪽에 위치하는 경우는 10%로 드물지만 파열 확률은 앞쪽에 위치한 것보다 높다. 5년 동안의 파열 확률이 역시 뇌동맥률 직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7mm 미만이면 2.5%, 7-12mm이면 14.5%, 13-24mm이면 18.4%, 25mm보다 크면 50%다. ▶ 관련 논문 보기
[ https://radiopaedia.org/articles/saccular-cerebral-aneurysm?lang=us ]

이것만 놓고 보면 뇌동맥류의 직경이 7mm보다 크거나 뇌동맥류가 뇌의 뒷부분에 있으면 색전술이나 개두술로 파열 위험성을 제거하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뇌출혈 환자의 가족력, 고혈압, 비만 등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파열 확률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기술하기 어렵고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향은 뇌 앞쪽에 위치한 5mm 이하의 뇌동맥류는 경과를 관찰하고, 후방에 위치하거나, 과거에 뇌동맥류 파열이 있었거나, 뇌동맥류가 파열된 가족이 있거나, 고혈압이 있으면서 뇌동맥류가 여러 개 있거나, 동맥류 모양이 특이한 경우에는 예방적 수술이나 시술을 권장한다. 경향이 있다고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판정이 다를 수 있다?

뇌동맥류 DSA
40대 남성이 건강 검진 병원에서 뇌혈관 MRI를 선택했는데, 직경 2.5mm의 뇌동맥류가 발견돼 대학병원 신경외과 진료를 추천받았다. 대학병원에서는 조영제를 이용한 뇌혈관 CT로 추가 검사했는데, 뇌동맥류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두 병원 중 한 병원이 오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두 병원 모두 오류가 없었더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뇌동맥류에 대한 가장 정확한 방법은 DSA(digital subtraction angiography)다. 긴 철사 줄을 뇌혈관까지 직접 밀어 넣고 조영제를 투여해 검사하는 DSA는 가장 정확한 뇌동맥류 검사법이지만 문제는 2% 정도에서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의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서 팔 혈관에 조영제를 넣고 CT를 찍거나(CT angiography, CTA), 조영제를 넣지 않고 MRI로 탐지하는(MR angiography, MRA) 검사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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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premium.sbs.co.kr/article/l5MlslajpY ]

조동찬 의학전문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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