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콘텐츠 유포죄 총살…북한은 지금 외부세계와 철저단절

이유림 2022. 12. 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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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 유통 ‘최대 사형’…한국식 이름 개명 요구
北, '외부 정보=체제 위협'…반동사상문화법 제정
TV주파수 고정·인터넷 소수만…中휴대폰까지 단속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북한에서 한국의 드라마·영화를 시청하고 유포하다 단속된 고등학생 2명이 공개 총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북한 내부 인권 실태가 재차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 영상물을 유입·유포하는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반동사상문화법을 제정한 바 있다.

북한(사진=연합뉴스)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양강도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월 혜산시에서 10대 학생이 3명이 공개 처형됐다”며 “2명은 한국 영화·드라마와 포르노 영상을 시청하고 친구들에게 유포하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다른 1명은 돈 문제로 계모와 다투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고 한다.

공개처형은 혜산 비행장 활주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혜산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집합된 활주로에서 당국은 10대 학생들을 공개 재판장에 세워놓고 사형판결을 내린 다음 즉시 총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처형 이후 당국은 앞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자, 강도행위 등 사회질서를 흐리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고 최고 사형에 처하게 된다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10대 학생이 한국영화를 시청하다가 적발된 경우 초범이면 1~6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지만, 재범이면 노동교화소에 5년간 수감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순 시청이 아닌 유포·판매하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라도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부모 또한 ‘자녀 교양’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노동교화소에 수감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국 콘텐츠 유통 ‘최대 사형’…한국식 이름 개명 요구

북한은 한국 콘텐츠 등 외부 문화, 종교, 자본주의적 생활방식 등 북한 당국의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과 사상을 뿌리뽑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 정도로 엄격히 통제해왔다.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단절된 상태다. 북한 당국은 한국식 이름이 ‘사대주의적’이라며 ‘총폭탄’ ‘결사옹위’에서 따온 ‘총일’ ‘폭일’ ‘탄일’ ‘위성’ 같은 이름으로 개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북한식 인권관 자체가 인권을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집단의 권리로 사유하고 있다”며 “정보의 자유도 개인이 향유하는 권리라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집단적 공동체가 향유하는 권리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개인은 필요한 만큼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으로 그 자유가 실현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주의적 정보관에서 외부 세계 정보는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된다”면서 일반적인 영화, 소설, 음악 등 문화 콘텐츠조차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들어졌으면 그것만으로 퇴폐적이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류돼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배우 손예진(왼쪽)과 현빈
중국 휴대폰도 단속…외부에선 정보 유입 노력 지속

북한은 출판법, 방송법, 컴퓨터망관리법, 전기통신법 등 법제를 통해 정보통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접하는 출판물은 국가가 인정한 도서로서 ‘인증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TV와 라디오는 북한의 공영방송에 채널과 주파수를 고정해야 하고, 고정시켜 놓은 봉인의 개봉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열받아야 한다.

외부영상물의 경우 형법과 인민보안단속법, 행정처벌법 등의 법률을 통해 접근을 처벌한다. 휴대전화는 북한 내 통화로 한정하고, 중국 휴대전화 사용마저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인터넷 역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차단한다.

외부에서는 폐쇄적인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은 올해 북한에 2000개의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보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USB에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태양의 후예’, 할리우드 영화인 ‘탑건’과 ‘타이타닉’, 탈북민이 만든 콘텐츠 등이 포함됐다. 재단 측은 2016년부터 북한에 총 13만개의 플래시 드라이브와 SD카드를 보냈으며 지금까지 북한 주민 130만명이 외부 영상을 시청하거나 정보를 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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