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윤석열에 등 돌린 이유

한겨레21 입력 2022. 12. 6. 10:33 수정 2022. 12. 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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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의 경제유표]일하는 고령층 늘고 자산 격차도 벌어져… 노인집단 분화가 정치지형 흔든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2월 5일 한-베트남 국빈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등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년 하반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주력 지지층인 고령자 집단의 여론이 연령대에 따라 나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고령층은 한 덩어리가 돼서 윤 대통령을 밀었다. 대선 막바지(2022년 2월28일~3월2일)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실시)에서 60대와 70대 이상의 당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똑같이 40%였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 이후 60대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11월14~16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60대의 부정평가 비율은 49%로, 70대(33%)보다 16%포인트 높다. 특히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60대는 36%로 30대(3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70대는 22%에 불과했다. 일종의 ‘비판적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고 동시에 강경한 ‘반윤’ 정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는 60대와 70대를 나눈다

몇 년 전부터 정치권과 여론조사회사들은 ‘60대’와 ‘70대 이상’을 나누어 보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은 2022년 1월부터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서 고령층을 두 집단으로 쪼갰다.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이사는 “2010년대부터 일부 정치권에서 간간이 고령층을 나누어 여론을 살폈지만, 2~3년 전부터 고령층을 쪼개기 시작한 게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몇몇 비공개 여론조사는 60대, 70대, 80대 이상으로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들면 정치 성향이 보수화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삶의 조건이 바뀌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물러나고 연금 등을 받게 되면서 경제 이슈가 생활에 미치는 비중이 줄어든다. 세상을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이 짧아 현상 유지적 성향은 강해진다. 과거 소득의 결과물인 자산이 커진 것도 보수 성향의 원인이다.

하지만 1940년대생, 1950년대생, 1960년대생의 집단적 경험이나 삶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보수화 정도나 정치관을 들여다보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상급학교 진학률이다. 1965년만 해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은 54%에 그쳤다. 고등학교 진학률은 69.1%, 대학 진학률은 32.3%였다. 1975년이 되면 중학교 진학률은 77.2%, 고등학교 진학률은 74.7%로 뛴다. 1985년 고등학교 진학률은 90.2%였다. 1960년대생이 경험한 대학 교육 팽창 이전에 1950년대생의 중등 교육 보편화가 있었던 셈이다. 경제구조가 발전하면서 사무직, 생산직 수요가 늘어난 데 발맞춘 결과다.

장기요양·자산과세가 주된 관심사 될 것

고령자의 이해관계도 바뀌고 있다. 먼저 경제활동이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화연구패널 자료에 따르면 60대 경제활동참가율(만 15살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실업자 비중)은 2006년에는 35.5%였는데 2020년에 50.7%로 뛰었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과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은 60.7%에서 46.3%로 줄었다. ‘노동자’ 지위를 갖는 60대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7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13.7%에서 24.4%로 증가했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원인 하나는 건강상태 개선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추산한 건강수명(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시기를 뺀 기간)은 2008년 66.5살에서 2018년 68.3살로 늘었다. 노동 능력을 유지하면서 소득 감소폭도 줄었다. 고령화연구패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0대의 근로총소득(1379만원)은 50대의 62.6%에 불과했는데, 2020년(2468만원)엔 83.4%로 올랐다.

의료·복지·연금·세제 등에서 고령자에게 민감한 사안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장기요양 수요의 폭발이다. 평균수명이 83.5살(2020년 기준)로 올라가면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은 도입 첫해인 2008년 5550억원에서 2020년 9조4700억원으로 17배 뛰었다.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퇴행성 뇌질환이 빠르게 늘어 간병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망 직전 급증하는 의료비가 아니라 장기요양비가 복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 과세가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고령층은 소득이 낮은 대신 자산이 많아 관련 세금에 민감하다”며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재산세를 억제한 ‘주민발의 13’을 은퇴자가 주도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와 정준호 강원대 교수가 5살 단위 연령대별로 상위 10%와 나머지 90%의 순자산을 분석한 논문(‘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2018년)에 따르면 고령층의 자산 격차는 다른 연령대보다 크다. 65~69살에서 상위 10%의 평균자산은 16억9천만원이다. 나머지 90%는 6분의 1(2억7900만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구속’과 ‘윤석열 퇴진’ 구호의 미래

통계청은 만 65살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22년 17.5%에서 2030년 25.5%, 2040년 34.4%로 늘어나리라 전망한다. 거대한 보수 성향 노인집단의 등장보다 노인집단 내부의 ‘균열’이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전보다 건강하며, 활발하게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극심한 자산 격차와 불평등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배진석 경상국립대 교수는 속속 60대에 합류하는 1960년대생에 대해 이전 세대와 달리 나이가 든다고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진보를 지지하는 성향도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86세대와 세대 효과의 종언’, 2022년)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한쪽에서는 ‘문재인 구속’을, 다른 쪽에서는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집회를 연다. 앞으로 정치 영역에서 고령자가 전면에 나설 것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조선비즈> 기자

*조귀동의 경제유표: 경제유표란 경제를 보면 표심, 민심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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