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 ‘보우소나루 세리머니’ 안 했지만…히샤를리송은?

이준희 2022. 12. 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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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브라질이 맞붙은 6일(한국시각)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공교롭게도 네이마르가 득점을 기록한 13분은, 오히려 보우소나루와 맞붙어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 소속정당(노동자당) 기호(13번)와 같았다.

브라질 대표팀은 네이마르뿐 아니라 치아구 시우바(첼시), 다니 아우베스(푸마스 데 라 UANM) 등 핵심 선수 상당수가 보우소나루 지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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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2022 카타르 월드컵]이준희 기자의 ‘여기 VAR’
브라질 네이마르가 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한국과 경기에서 팀의 두번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과 브라질이 맞붙은 6일(한국시각)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브라질은 1-0으로 앞서던 전반 13분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건 네이마르(PSG). 점수 차이를 벌릴 기회였지만, 브라질 국민은 득점보다 그 뒤에 펼쳐질 세리머니에 더욱 관심이 컸다. 축구마저 반으로 갈라놓은 브라질 정치 현실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대표팀을 정치로 끌고 간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에 나선 자유당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틱톡에 선거 음악을 흥얼거리는 영상을 올렸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지 선언도 했다. 일부 비판이 있었으나, 네이마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했을 뿐”이라고 대응했다.

논란이 커진 건 네이마르가 축구를 정치에 직접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카타르월드컵 첫 골을 대통령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 첫 득점 때 양손으로 브이(V)를 그리는 세리머니도 약속했다. ‘쌍 브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속된 자유당 기호 ‘22번’을 뜻한다. 이는 특정 정치인 지지를 월드컵에서 표명하는 행동으로, 정치 표현을 금하는 피파(FIFA) 규정상 징계대상이다. 영국 <가디언>은 “진보적인 수많은 브라질 팬을 배제하는 일”이라고 했다.

막상 득점을 터뜨린 네이마르는 쌍 브이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치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어서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과 춤을 췄다. 보우소나루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네이마르가 득점을 기록한 13분은, 오히려 보우소나루와 맞붙어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 소속정당(노동자당) 기호(13번)와 같았다.

브라질 대표팀은 네이마르뿐 아니라 치아구 시우바(첼시), 다니 아우베스(푸마스 데 라 UANM) 등 핵심 선수 상당수가 보우소나루 지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더욱이 보우소나루 극렬 지지층은 상징으로 브라질 국기 속 노란색과 초록색을 애용하는데, 이는 대표팀 유니폼 ‘카나리아 셔츠’와 같은 색이다. 이들 지지층은 현재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군대 개입까지 선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보 성향 브라질 국민 사이에선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브라질 히샤를리송이 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한국과 경기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다만 브라질 대표팀이 보수 일색인 건 아니다. 네이마르가 대표팀 내 보수를 상징한다면, 이날 세번째 골을 터뜨린 히샤를리송(토트넘 홋스퍼)은 진보를 대표한다. 마약거래가 횡행하는 빈민가에서 자란 히샤를리송은 그간 복지 확대, 환경보호, 코로나 백신 접종 필요성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핵심 정책인 복지 축소, 아마존 개발, 코로나 백신 무용론에 정면으로 반한다. 히샤를리송이 특정 정당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음에도, ‘진보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다. 프랑스 <뤼마니테>는 이를 두고 “히샤를리송은 특권을 지키기 위해 뿌리를 잊은 네이마르와 다르다”고 논평했다. 네이마르 역시 히샤를리송처럼 빈민가 출신이다.

브라질 축구 기자 주카 쿠프리는 “히샤를리송에 대한 숭배는 대표팀에 환멸을 느꼈던 진보적인 팬들이 얼마나 대표팀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과연 이들 진보 성향 팬들은 정치 때문에 대표팀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만약 월드컵을 계기로 보수, 진보로 갈라진 브라질이 하나로 뭉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린 그것을 국민통합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불평등과 환경 문제 등을 축구로 덮는 ‘스포츠 워싱’이라고 해야 할까.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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