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운영하는 카페…동백베이커리 '눈길'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 사상공단 인근의 모라동에 위치한 '동백 베이커리'. 지난 5일 오후 기자가 찾은 동백베이커리에는 고소한 빵 냄새와 향긋한 커피 내음이 가득했다. 이곳은 여느 다른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청년과 노인들이 모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동백베이커리에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 17명이 4조 3교대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카페에 들어서자 시니어 점원이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어 빵을 담을 접시와 집게를 나눠주며, 구워 나온 빵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단팥방을 주문하자, 카운터에서 조금 서툴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시니어 점원이 고객을 응대했다. 이후 청년과 시니어 점원이 한 팀이 되어 빵과 커피를 착착 만들어 냈다.
세대의 경계를 넘어선 이곳은 옛 유치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커피와 베이커리, 팬시를 판매하는 휴게음식점인 이곳은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인 '사상시니어클럽'과 청년 사회적 기업 '서양다과제작소'가 합작해 지난달 4일 문을 열었다.
넓다란 마당에는 야외벤치와 캠핑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마치 캠핑장을 방문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2층에 마련된 실내 공간은 시니어와 청년의 융화를 상징하는 듯, 한 곳은 오래된 다이얼 전화기와 소품들로, 한 곳은 현대미술작품과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 사업을 주도한 서양다과제작소 김성현 대표가 사회적 기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로 어릴적 이국적인 외모로 놀림을 받았던 사연을 들려줬다. 김 대표는 "(이국적인 외모가) 어린시절 되게 콤플렉스였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오게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의 배경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세대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올해 28살인 김 대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해야 할 의무이자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한 끝에 시니어와 청년이 함께하는 카페를 열게 됐다.
이어 그는 "청년과 시니어가 같이 활동하는 동아리 등 여러 가지 안이 나왔는데, 서로 부대끼는 것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빠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회의할 때 나왔던 키워드가 '전우애'였다"며 "어떠한 일을 함께 하며 목표점에 도달해 성취감을 얻을 때, 소통 단절과 혐오가 아닌 서로 '결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칠순을 바라보는 박재형 씨도 김 대표의 취지에 공감했다. 40여년 간 부산의 신발공장에서 근무한 그는 이번 사업에 참여해 고객서비스(CS)교육과 포스기기 사용법 등 교육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박 씨는 "다른 시니어 사업들은 휴지를 줍거나, 교통정리를 하는 등 단순노무인 반면, 이 사업은 노동도 곁들이고, 직접 현장에서 이렇게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진정한 '일'이라고 느껴진다"면서 "노인들과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 같은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시니어 점원과 청년 모두 세대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제빵사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임은수 씨는 "어르신들로부터 특히 청소와 같은 생활 속 지혜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때론 엄마와 딸처럼 서로 챙기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점이 다른 카페와 다른 특별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부산시는 내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의 카페형 매장에 청년 카페 매니저를 도입해 운영하는 '세대 융합형 카페사업'을 병행해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또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공모'에 부산시가 선정돼 내년에는 노인일자리사업 카페 4곳에 청년 매니저가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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