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중러 독재체제가 남긴 교훈

여론독자부 입력 2022. 12. 6. 08:00 수정 2022.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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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GPS’호스트)
'폐쇄정책 고집' 中·전쟁 벌인 러
독재로 꾸준히 일관된 목표 좇지만
관성적 억압은 효과 오래가지 않아
250년간 발전해온 민주주의와 대비
[서울경제]

지난 수개월간 우리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에 관한 숱한 우려를 나눴다. 미국에서 브라질과 스웨덴·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체제는 실질적인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사실 이들 국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극좌세력이 무너진 반면 중도파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제자리를 지켰다. 이 와중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일부 독재주의 체제의 심각한 구조적 약점을 목격하고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일고 있는 중국이 가장 눈에 띄는 본보기다. 문제의 핵심은 코로나19 정책의 노선을 변경하지 않으려는 중앙정부의 태도다. 이는 폐쇄적이고 무책임하며 서열에 입각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 독재국가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다. 독재자들과 달리 민주적인 지도자들은 정책을 바꾸라는 끈질긴 압력을 받는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도자들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정책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선거에서 그들이 물갈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1989년 중국 대학생들이 주도했던 톈안먼 광장 시위 사태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라.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학 교육을 받은 도시 거주 중국인 수는 수백만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억여 명을 헤아린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졌고 사용법도 잘 안다. 200만 개의 센서로 무장한 전설적인 ‘만리장성 방화벽’조차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분량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따라잡는 데 애를 먹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야기하는 숱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개개인에게 힘을 부여하는 첨단 기술의 근본적인 효과를 망각했다.

지금 우리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여론에 반응하지 않는 러시아의 의사 결정 과정이 참사로 이어지고 있음을 목격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벌인 전쟁의 결과로 러시아는 점차 고립되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들도 전쟁을 벌인다. 심지어 무의미하고 값비싼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반대와 논쟁 속에서 진행된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정책 혹은 정책결정자가 바뀔 수 있다는 합리적 희망이 남아 있다.

우리는 이란에서 국가의 이념을 계속 통제하려는 신정 독재정권을 본다. 이란의 집권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내건 이슬람 근본주의를 강제하지 못할 경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비에트 정치위원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국가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이념을 국민에게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 간혹 이를 가치중립적 접근법으로 희화화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태도의 핵심에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행복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좋은 삶에 대한 타인들의 정의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이 가로놓여 있다.

꾸준하고 일관되며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는 점에서 독재정치는 인상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근본적인 도전에 부딪친다. 공감에 기반해 기술관료주의와 여론에 반응하는 희귀한 형태의 독재 체제를 만들어낸 중국은 한동안 예외에 속했지만 시진핑 아래에서 과거의 규범으로 되돌아갔다. 변화에 대해 독재자들이 반사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억압이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미국의 국부들이 왕정 일색인 세계에서 정부 형태에 관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들은 샤를 몽테스키외, 존 로크 같은 계몽기 지식인들의 글에서 자료를 뽑았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적 사례를 연구했으며, 영국의 국가경영 방식과 관습법을 수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외부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이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졌다. 실패도 겪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들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도부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며, 종교적 패권을 차단하고, 대대적인 변화에 적응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연한 정치 구조를 창조했다.

민주주의는 나름대로 취약성을 지니지만 지금은 약점보다 강점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순간이다. 대체로 미국이 창조한 정부라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나라들이 차입했고, 부국과 빈국, 유럽·아시아·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지로 퍼져나갔다. 이 제도는 250년간 시간의 시험을 넉넉히 견뎌냈다. 러시아나 중국 혹은 이란의 시스템이 그 정도 시간을 견뎌내리라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민주주의가 이제까지 시도된 다른 모든 정치 형태를 제외하면 세계 최악의 정치 체제라는 윈스턴 처칠의 믿음은 옳은 것으로 입증됐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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