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머스크의 트위터 매수극[IT칼럼]

입력 2022. 12. 6. 07:30 수정 2022. 12. 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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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0여조원에 트위터 매수에 성공한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 11월 내내 온갖 촌극의 진원지가 되며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트위터쇼를 벌이고 있다. 언론인이나 공인에게 심사 후 부여하던 인증 배지를 월간 8달러에 팔며 매관매직하지를 않나, 트럼프를 필두로 영구 정지되었던 반사회적 불량 계정들을 대량 사면하지 않나 기행의 연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과하게 IT 헤드라인을 도배하고 있는데, 딱히 트위터 사용자가 많다거나 그 플랫폼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련의 소동이 직장생활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날 수 있는 악몽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바로 갑자기 상사가 바뀌는 일이다. 다른 분야에서 실적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업무의 물정은 모르는 보스. 그 상사가 돌연 부임해온 후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상사가 바뀌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그간의 약속과 관례 및 관행을 깨고 방향을 선회하려는, 세칭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위해서다. 이러한 점령군과 만나는 팀원에게 두가지 처지가 있듯이, 이 흥미로운 쇼의 관람평에도 두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다. 한 무리는 환멸을 느끼겠지만, 혼돈 속에서 일말의 시원함이나 희망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성공스토리가 있는 만큼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계획이 다 있으리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식 경영의 특기라고 한다. 철야도 무릅쓰는 소위 ‘워룸(war-room)’을 차려놓고 벌이는 비상경영. 정말 ‘턴어라운드’한다면 그 쾌감은 전우애를 낳고 새로운 출세의 후보군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어느 쪽에 줄을 설지 분명히 하라며 공식적으로 직원들을 종용하고 있다.

트위터 애용자이자 성공한 경영자, 그리고 공화당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의 눈에는 그가 애정을 준 플랫폼이 사내 정치로 찌들고 좌파 고인물의 방만 경영에 노후화돼 생산성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였으리라. 50조원은 일론 머스크로서도 큰돈이다. 그는 민주당에 경도된 디지털 문화를 몸소 혁파하며, 꿈꿔온 언론 공간을 구축하려는 데서 여생의 미션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잘하고 있을까? 매주가 새로운 뉴스인데 이 글을 쓴 시점에는 급기야 애플 CEO 팀 쿡에게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요즘 광고를 왜 안 주냐며, ‘프리 스피치’가 싫은 거냐며 빈정댔다. 애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iOS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에 이은 발언이었다. 애플은 이미 전에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극우 앱을 내려버린 강수를 둔 전력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직원 반 이상을 내보내면서, 특히 아동 성착취물을 막는 아동 보호팀이 무력화돼버린 트위터라면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애플은 노코멘트 중이다. 트위터의 광고주들이 빠른 속도로 떠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11월 한 달 만에 주요 광고주의 절반 이상이 떠나버렸다. 머스크는 회사가 파산할지 모른다고 징징댔다. 이런 풍경을 보니 특별한 미션보다는 트윗하며 관심을 끄는 일 자체가 기업 경영보다 더 재미있어 통째로 사들인 건 아닌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이런 방식으로도 회사가 잘될 것인지, 자본주의에는 어떤 선례로 남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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