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K-ICT가 직면한 갈림길

심진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전략연구센터장 2022. 12.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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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보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장

1990년대부터 글로벌 가치사슬은 미국 동부의 금융력과 미국 서부의 첨단기술력이 중국의 인력 및 산업생산력과 결합한 형태로 중심축을 이뤄왔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중 경제패권 갈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은 '디커플링'과 '블록화' 현상이 뚜렷하다. 기존 파트너 간에 결속이 끊어지는 디커플링과 정치·경제적 이해 및 동맹 관계에 따라 블록화하는 현상이 강화된 것이다. 그 와중에 첨단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기술패권 경쟁 양상은 단지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모두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다자간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기술패권을 넘어 경제·정치까지로 영역을 넓혀 보자면 역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양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21세기 전반부에 전개되고 있는 미·중 첨단기술 패권경쟁의 양상은 과거 유럽 강대국 간 경쟁 양상과 달리 대부분 동일 분야에서의 경쟁이기에 그 강도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은 전파·전자·소재·해양 기술, 독일은 화학·내연기관 기술, 프랑스는 철강 기술 분야의 첨단기술 선도국으로 성장하면서 패권경쟁을 벌였다. 반면 과학기술의 연계성이 한층 높아진 21세기 전반부의 첨단기술 패권경쟁 분야는 상당 부분 동일 또는 유사하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현재 미·중 첨단기술 패권경쟁 영역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각각 '융합 원천기술 경쟁', '디지털 플랫폼 경쟁', '기정학 핵심기술 경쟁'이다.

현재 패권경쟁이 치열한 융합 원천기술 분야는 반도체,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 그린테크 분야 등이고, 여기에 핀테크 플랫폼, 데이터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 등 디지털 플랫폼 확산 경쟁이 더해져 있다.

또한 '기술+정치'의 의미인 '기정학' 관점에서 우주·항공, 5G·6G, 밀리테크(첨단군사기술), 사이버보안 분야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기술패권 경쟁 분야가 동일하다 보니 미·중 경쟁의 양상에서는 승자독식의 룰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첨단기술 경쟁력이 종국에는 글로벌 정치·경제 패권구도를 좌지우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ICT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의 결합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올해 세계 ICT 시장은 거시적 여건 악화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즉, 작년 글로벌 ICT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9.5% 성장한 4조2000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급증했던 ICT 기기, 게임 및 정보서비스 수요가 둔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및 공급망 불안정 등 거시여건 악화로 인해 올해 실적은 악화가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는 정치적으로 미·중 정치패권 갈등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對러시아 대응방향 대립 등 국제정치 갈등으로 인한 경제환경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고, 경제적으로 경기침체 우려 확산, 양극화 문제 심화, 국제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인한 부정적 전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CT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경제·정치 여건의 악화는 있겠지만,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화 등 ICT 중심의 시대적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다수 시장예측 기관들은 2020년대 글로벌 ICT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5-8%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높은 수치다.

이렇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21세기 전반부를 맞아, 첨예한 정치적 갈등과 이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라는 악조건 속에서 조만간 K-ICT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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