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으로 온몸 망가진 30대 주부, 주변 도움에 '자립 희망' 찾아

정우용 기자 2022. 12.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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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삶 포기했지만 아들보고 삶의 의지 살려
구미 '금오산길' 백숙집 김준연·장현주 부부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세상에 혼자라고 느꼈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 사는 A씨(39)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엄마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결혼생활 중 가정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여러번 했다. 이때 온 몸이 망가지면서 이가 다 빠져버렸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돼 점점 야위어 갔다.

7년 전 A씨는 38㎏도 안되는 몸무게에 영양실조와 심·뇌혈관질환, 빈혈, 저혈압, 위궤양 등 온갖 병을 다 갖게 돼 죽을 날만 기다리던 신세였다.

이런 A씨에게 천사가 찾아왔다. 구미 금오산에서 '금오산길 백숙집'을 운영하는 51살 동갑내기 김준연·장현주 부부다.

장씨는 7년 전 통장을 하던 친구가 "A씨에게 삼계탕 봉사를 좀 해주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해 A씨의 사연을 알게 됐다.

삼계탕을 주면 고기는 8살 아들이 먹고 죽은 믹서기에 갈아 미음으로 엄마가 먹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A씨는 빈혈로 인한 만성 합병증으로 음식을 전혀 못먹고 물만 겨우 삼킬 수 있는 상태였고 '오로지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A씨 집을 방문한 장씨는 당시 8살된 아들이 A씨를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자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 밥은 내가 언제라도 챙겨줄테니까 몸을 추스리자"고 설득했다.

그때부터 장씨는 A씨를 위해 미음을 해 주고 일주일에 2차례 영양죽을 끓여다 줬다.

그러나 A씨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 장씨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미래로타리클럽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700만원의 후원금으로 A씨의 틀니를 만들고 요양원에 2개월간 입원시켰다. A씨가 자력으로 밥도 해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A씨 집의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마련해 주고 일주일에 세번씩 음식을 마련해 택배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장씨의 남편 김준연씨의 친구들이 하는 둥지보쌈, 벌교꼬막, 홍갈비 등의 식당에서도 뜻을 보태 돌아가면서 A씨 집에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씨 부부는 턱관절교정 300만원, 대학병원 심리치료, 장학금 후원 연계 등의 지원을 하면서 모자(母子)의 삶을 응원했다.

장씨 부부의 노력에 A씨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2년 정도 지나자 "언니"하면서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A씨는 명절 때는 장씨 부부집에서 같이 전을 굽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자매처럼 지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의 아들이 4학년이 되던 해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다행히 약을 먹으며 치료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정기적으로 서울의 병원에 다녀야 했다.

그때부터 A씨는 힘을 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죽 대신 다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것이다. 바로 하나뿐인 아들이다.

이후 A씨의 몸무게는 10㎏ 정도 불었고 몸이 회복되기 시작해 30분 걸렸던 3층집 계단 오르기가 지금은 1분도 걸리지 않게 됐다.

장씨는 "A씨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 주방 이모가 '어디서 한 달 뒤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산송장을 데리고 왔느냐'고 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 있었다"며 "얼마 전 (A씨가) 저에게 고기를 좀 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는 어린 아들이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엄마를 옆에서 부축하면서 돌봐왔는데 이제 본인이 살아야 아들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 부부는 물질적인 지원에 이어 A씨의 자립을 돕기로 했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를 한 A씨의 적성도 살리고 건강 유지를 위해 필라테스 강사 자격 취득을 권유했고 A씨도 도전 의사를 밝혔다.

장씨 부부는 수강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A씨는 "제 몸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살이 생긴 것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세상에 혼자라고 느꼈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이 생겼다" 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스스로 일어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 도움도 싫었던 저에게 자립할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진짜 웃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행복이 뭔지를 알려준 언니와 형부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현주씨는 "처음 모자를 본 순간부터 머리에서 그 모습이 떠나지 않아 인연의 끈이 이어진 것 같다. 다행히 우리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아 자매가 될 수 있었는데 삶이 다할 때까지 인연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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