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업체들 등 돌린 기업형 중고차 업체

박찬규 기자 2022. 12. 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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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완성차 인증중고차에 긴장한 플랫폼 업체들②] 사각지대 놓인 점 활용, '박쥐 전략'으로 연명

[편집자주]중고차시장은 그동안 온갖 병폐가 난무하면서 '불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허위매물과 성능조작을 넘어 폭행과 강매 사건도 벌어졌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대기업 진출을 가로막으면서 그 안에 고인 업계에 부조리가 만연한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형 중고차업체들은 나만 배 불리는 전략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한 배경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시장 어지럽힌 장본인… 이제 와서 아닌 척?
② 영세 업체들 등 돌린 기업형 중고차 업체
③ 준비는 이미 끝…현대차·기아 내년 본격 중고차 진출
'SK엔카'에서 분할 매각된 '케이카'와 '엔카'는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을 대표하는 업체로 꼽힌다. 2013년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막힌 뒤 SK가 해당 사업부를 해외기업 및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큰 변화 없이 사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부터 투자를 늘리고 수익개선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필요에 따라 말 바꿔 논란


중고차업계가 케이카와 엔카 등 기업형 중고차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업계 일부에서는 '박쥐'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케이카는 대기업 진출 논란이 불거지던 2020년만 해도 "완성차업계는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중고차 매매가격을 통제하게 돼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당시는 중고차업계가 대기업 진출에 대해 한목소리로 "결사반대"를 외쳤다. 영세 업체들은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듯 했다.
최근 케이카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환영한다"고 말을 바꿨다.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는 데다 정부마저 길을 일부 열어주면서부터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케이카 등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며 "이후 공교롭게 이들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며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매물 싹쓸이 나선 업체들


엔카진단 차 /사진제공=엔카
기업형 중고차업체들은 매물 확보가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좋은 매물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 차 팔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매상사에 가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타던 차를 쉽게 팔 수 있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업계는 차를 파는 것보다 매물 확보 경쟁이 이슈"라며 "특히 기업형 중고차 업체들은 내차팔기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대기업 진출 전 좋은 물건을 싹쓸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카는 '내 차 팔기 홈서비스' 만족도가 95%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 평가사가 방문해 불필요한 흥정 없이 매매가 가능한 것이 주효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엔카도 중고차 딜러 없이 차를 팔 수 있는 '엔카 비교 견적 PRO'를 내세운다. 비대면으로 최고가 견적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두 업체 외에도 중고차 매입 관련 업체와 서비스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케이카 이천 메가센터
그동안 중고차 시장 특유의 폐쇄적인 문제를 낳은 건 '복잡한 유통구조' 탓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딜러는 매입 딜러와 알선 딜러로 나뉘는데 매입 딜러가 전산에 차를 등록하면 알선 딜러가 각각의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같은 매물이 여기저기 플랫폼에 중복 등록되는 이유다.

기업형 중고차 업체들은 다수의 작은 업체가 협업하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이 같은 과정을 내재화하고 일부 기능은 통합했다. 그 결과 마진을 늘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차량의 문제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매입 과정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고차 구매시 협상부터 점검까지 대신 해주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가 최근 크게 각광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케이카와 엔카 등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대기업이 아니어서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니 자금력을 앞세워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고차시장은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할 필요가 있지만 중고차 담당 부서도 없다"며 "허위매물 등 병폐를 없애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냥 방치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인중개사처럼 일정한 자격증을 만드는 등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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