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지럽힌 장본인 '중고차 플랫폼'… 이제 와서 아닌 척

박찬규 기자 2022. 12. 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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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완성차 인증중고차에 긴장한 플랫폼 업체들①]고수익 추구하는 기업형 중고차업체 구조적 한계 지적

[편집자주]중고차시장은 그동안 온갖 병폐가 난무하면서 '불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허위매물과 성능조작을 넘어 폭행과 강매 사건도 벌어졌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대기업 진출을 가로막으면서 그 안에 고인 업계에 부조리가 만연한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형 중고차업체들은 나만 배 불리는 전략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한 배경이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시장 어지럽힌 장본인… 이제 와서 아닌 척?
② 영세 업체들 등 돌린 기업형 중고차 업체
③ 준비는 이미 끝…현대차·기아 내년 본격 중고차 진출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보가 부족할 경우 해당 내용의 '진정성'이 중요하지만 정작 판매업체는 관련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유리한 부분만 공개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중고차를 살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믿을 수 있느냐'다. 정해둔 예산 안에서 소비하는 만큼 매물의 신뢰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매물로 나온 차가 실제로 존재하며, 판매자가 올려둔 여러 정보가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데 많은 힘을 쏟는다.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 원흉으로는 엔카 등 기업형 플랫폼 중고차업체들이 지목된다. 허위매물과 허위정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게 아니라 방조했다는 게 관련업계 시각이다.


태생부터 다른 기업형 중고차업체들


현재 중고차업계를 이끄는 건 과거 'SK엔카'를 모태로 둔 케이카와 엔카다. SK엔카는 역사가 복잡하다. 2000년 SK 사내 벤처로 시작한 뒤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가 2013년 SK C&C에 합병된 이후 지주사와 다시 합병을 거쳐 SK 온라인중고차운용사업부문으로 바뀌었다.

2013년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SK는 2014년 호주 카세일즈에 지분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SK엔카닷컴'을 운영하는 별도 회사가 탄생했다.

오프라인 사업부로 2014년 SK에 합병된 'SK엔카직영'은 2018년 4월 한앤컴퍼니 계열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로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는 '케이카'로 사명을 바꿨다. 상장사인 '케이카'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만큼 되파는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사모펀드는 짧은 시간에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 올려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서다. 온라인 플랫폼 SK엔카닷컴은 2020년부터 SK 브랜드 사용을 끝내고 '엔카닷컴'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엔카 수원 권선 광고지원센터 전경 /사진제공=엔카닷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매매거래 건수(매입, 매도, 상사이전, 알선, 개인거래 포함)는 387만2000건으로 2020년 387만4000건 보다 0.1% 줄었다. 이 중 사업자 거래는 3.3% 증가한 257만2000건, 개인 거래는 130만건으로 6.1% 감소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29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7939대가 줄었다.

거래대수는 감소했지만 관련 기업 매출은 하늘을 찌른다.

케이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759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이다. 올해 1~9월 누적 매출은 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록한 매출 1조9000억원, 영업이익 711억원 넘어설 전망이다. 엔카도 지난해 6월 기준 매출이 696억원에서 올해는 81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익도 249억원에서 289억원으로 증가한 상황. 케이카는 차를 직접 매입한 뒤 되파는 방식인 반면 엔카는 매물 등록 등에 따른 광고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기 때문에 두 회사는 매출규모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고차업계는 이 같은 호실적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차가 많이 팔린 것과 인증중고차 등의 특별 서비스 덕분에 판매가격 자체가 인상된 점을 이유로 꼽는다. 플랫폼 업체들이 영세 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지적한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허용 이후 기업형 중고차업체들은 인증중고차는 기본, 시승이나 환불 등 각종 미끼를 내걸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자금력을 앞세운 업체들의 실적이 두드러지면서 새로운 플랫폼 업체마저 등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허위매물보다 허위서류 논란


케이카 이천 ‘홈서비스 메가센터’ /사진제공=케이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허위매물'이 수년 전과 비교해 절반쯤 준 것이다. 중고차 매매상사들의 자정 노력도 있었지만 허위매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데 기인한다.

하지만 사고 이력을 감추거나 성능 정보를 감추고 조작하는 문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차량 상태를 검증하기 쉽지 않다는 허점을 계속 악용하고 있다.

케이카와 엔카 등은 이런 상황을 깨기 위해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 작성은 물론 자체 진단을 통해 매물 상태를 보증하는 점을 강조하면서 값이 비싼 자체 인증중고차도 내놨다. 그럼에도 서류와 실제 상태가 다른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무사고' 등의 용어를 두고 업체 측과 소비자 사이 해석엔 차이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케이카와 엔카 등 기업형 매매업체들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며 "업체가 인증한 중고차를 소비자가 다시 검증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긴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간혹 서류와 실제 차량 상태가 너무 달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매상사 관계자는 "엔카 등 플랫폼사는 물론 대형 매매단지들은 문제를 미리 걸러낼 수 있음에도 그냥 방조하는 편"이라며 "중고차 딜러들이 사이트에 매물을 광고할 때 내는 비용과 매매단지 입점료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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