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부동산 꺾였다며?' 견본주택 북적이는 이유

채신화 입력 2022. 12.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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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 줄서고 텐트까지 등장
분양가, '오늘이 제일 싸다지만'
시세보다 비싸고 고금리…미분양 공포

요즘 견본주택만 보면 청약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청약에 앞서 유니트를 구경하려고 진을 치거나 텐트까지 동원해 '줍줍'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이미 청약 시장의 온기가 식은 데다, 이들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로또 단지'도 아닌데 말이죠. 

일각에선 이를 두고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때 이른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 3일 새벽 '포레나 평택화양' 견본주택 앞에서 선착순 동호 계약을 하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한화건설

견본주택에 텐트까지…'분양가, 오늘이 제일 싸다?'

최근 서울·수도권, 지방 등 일부 분양 단지 견본주택에 인파가 몰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인 '올림픽 파크포레온'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 레디언트'입니다. 이들 모두 서울에서도 입지적 강점을 지닌 곳이라 관심이 높을만 했는데요.

경기, 인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창원, 대전 등 지방에서도 견본주택에 인파가 몰려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화양지구에 분양하는 '포레나 평택 화양'은 지난 3~4일 줍줍(무순위 청약) 물량에 대한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을 견본주택에서 진행했는데요. 

전날 늦은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동식 의자, 텐트 등까지 동원해 진을 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도 오고 체감 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였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이 단지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4억원 중반대로, 지난달 최초 분양에선 미분양이 났고요. 

한화건설 측은 "단지가 화양지구 내에서 브랜드·입지 등 경쟁력이 높은 데다 선착순 동호 계약은 순서대로 로얄층 등을 선택할 수 있어 경쟁이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시장에선 갈수록 분양가가 인상되니 '오늘이 가장 싸다'는 평가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건비, 자재비, 택지비 등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들이 모조리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주택을 매수하되 청약 통장은 아낄 수 있는 '줍줍'에 나섰다는 거죠.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엔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지금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여력만 된다면 지금 잡아야 한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데요.

실제로 최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2구역 재건축 단지인 '마포더클래시'는 평당 일반분양가가 4013만원에 승인돼 둔촌주공(평당 3829만원)보다도 높아졌습니다. 

한동안 서리가 내렸던 지방 청약 시장에도 조금씩 온기가 도는 모습입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원3구역 재건축 '창원 센트럴파크 에이린의 뜰'(총 1470가구·617가구 일반분양) 견본주택엔 지난달 오픈 3일간 약 2만명이 방문했고요. 

지난달 대전 유성구 갑천2블록에 공급하는 '트리풀시티엘리프', '학하포레나' 등의 견본주택과 인천 영종국제도시 '제일풍경채 디오션'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에도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금리에 '미분양' 이어질듯

다만 이같은 분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견본주택에 사람이 몰린다고 그게 모두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요. 계약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금리 압박이 여전히 높은 탓입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8%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중도금 대출 금리도 7% 내외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요즘은 시공사가 중도금대출이자를 대납하는 후불제 구조에 계약금도 10%만 책정해 당장의 부담은 덜 수 있지만, 그만큼 나중엔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거든요.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되는 단지라면 실거주 의무가 있어서 바로 전월세로 돌릴 수도 없고요.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르게 되면 청약 시장 한파는 더 매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 매수 심리가 확 꺾이면서 기축 주택들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자 일부 단지들은 이미 분양가보다 기존 주택 가격이 저렴한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거든요.  

지난달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서 분양한 '두류역 서한포레스트'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7억원대로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2억원 정도 높았는데요.

그 결과 101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하며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까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고, 마찬가지로 분양가도 오르면 올랐지 더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게 불보듯 뻔한 상황인데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올해만 3월 2.64%, 7월 1.53%, 9월 2.53%로 세 차례 올랐고요.

그 여파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달 기준 1505만46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7%, 전월 대비 1.28% 상승했습니다. 

미분양 공포도 차츰 커지는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전월보다 13.5%(5613가구) 증가하며 '5만 가구'를 코앞에 두고 있거든요.

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인건비, 자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분양가가 지금 가장 저렴하다고 보는 시각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리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 상승세가 멈춘다고 해도 예전처럼 가격이 고점을 뚫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둔촌주공처럼 경쟁력 있는 상품이 아니고서는 당분간 청약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분양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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