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프리즘]'자본시장 파수꾼'이 제 역할 하려면
필자도 라임의 돈으로 부정거래를 하고 시세조종한 사람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기획관으로 파견 근무하면서다. 자본시장조사기획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자본시장법위반 조사를 사실상 총괄한다. 통상 특수통 검사들이 간다. 증권·금융분야 사건은 전문 기업사냥꾼들이 은밀하게 진행하고 가상자산 등 전문성이 필요한 신종 범죄가 많다.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다. 실력이 뛰어난 특수통 검사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증권선물위원회 고발·통보 사건의 기소율은 55.4%이다. 금융당국의 전문가들이 제재심의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고발을 의뢰한 사건도 기소율이 절반에 불과하다. 증권·금융분야 사건은 그만큼 까다롭다.
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대상자들의 혐의를 명확히 하고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진력했다. 노하우와 경험을 조사관들에게 전수했고, 억울한 대상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휘했다. 금감원에 조사기록을 만들도록 해 검찰이 신속하게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영장없는 추적 권한을 활용해 부당이득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지점도 확인하도록 했다. 역량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조사단 파견 검찰수사관을 4명에서 8명으로 증원하기도 했다. 검찰로 복귀할 무렵에는 금융위원장에게 개선방안 8개조를 보고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부의 모든 검사실에 금감원 직원이 배치되고, 특별사법경찰관의 정원과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은 개선됐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사건 조사·수사 시스템에는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금융위는 조사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규명되고 이로 인한 자산이 확인돼도 자산을 동결할 권한이 없다. 검찰 수사 전에 처분해 버리면 형사처벌, 추징 등이 불가능하다. 또한 혐의자들의 통신자료를 확보할 권한도 없다. 통신자료는 최장 1년간 보관하는데 2019년 기준 범죄시점부터 증선위 의결까지 미공개 정보이용 사건은 693일, 시세조종 사건은 1121일, 부정거래 사건은 756일이 소요된다.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증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은 고발을 받더라도 공모정황이나 미공개정보의 전달 경로를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는 이유다.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에 합수단을 부활시켰지만 금조 1·2부를 합해 소속 검사는 17명뿐이다. 1건을 수사하는 데 검사 3~4명이 6개월 정도 일해야 한다. 검찰로 넘어오는 연간 100여 건의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필자가 고발한 사건도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것이 있다. 고발 후 사건처리에 통상 2~3년이 걸린다. 이런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금융수사 전문 검찰청을 별도로 만들거나 금조부 3개를 증설하고, 검사 15명 정도를 더 증원해야 한다.
또한, 가상자산 관련 사건의 처리 과정도 문제이다. 새롭게 등장한 블록체인 관련 사업들은 명확한 규제가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당국의 위원회들을 거치면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 결과 처벌가치가 명백한 사건만 형사고발돼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피해자들의 고소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다. 금융당국의 정제된 의견이 사건처리에 반영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 처리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자본시장 규모는 2021년 거래대금 기준 세계 6위이다. 자본시장 범죄를 근절하고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금융혁신 기업가들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 관련법과 규정을 신속히 제·개정해야 한다. 책임있는 당국자들의 용기있는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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