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간장약으로 코로나 막는다, 변이에도 효과 입증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2. 12. 6. 06:00 수정 2022. 12. 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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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논문 “담즙 성분 UDCA, 코로나 차단”
오가노이드·실험동물·인체장기에 모두 효과
세포에 작용, 바이러스 변이와 무관
새 백신 개발 전 예방 수단 될 수도
코로나바이러스(붉은색)는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녹색)에 결합시켜 침투한다. 영국 과학자들이 간경변 치료에 쓰이고 있는 약물이 ACE2의 문을 닫아 코로나 감염을 차단할 수 있음을 다양한 실험으로 입증했다. 사진은 전자현미경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일러스트이다./Juan Gaertner/Science Photo Librar

국내외에서 널리 쓰이고 특허도 만료된 간장약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사람 세포에 작용하는 방식이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연구소의 포티오스 삼파지오티스 박사와 독일 베를린 보건연구원의 루도비치 발리에르 교수 연구진은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특허 만료된 간경변 치료 의약품이 변이에 상관없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약으로 재창출될 수 있음을 다양한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허가받은 약품을 다른 질병 치료제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붉은색)가 침투한 담관 오가노이드(왼쪽)와 간장약 성분인 UDCA를 투여한 오가노이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차단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있다./Teresa Brevini

간장약으로 바이러스 침입 통로 닫아

연구진이 찾은 약은 국내에서도 간장약으로 잘 알려진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이다. 연구진은 간에서 나오는 담즙 성분인 이 물질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의 문을 닫아 감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마치 열쇠로 문을 열 듯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시켜 침투한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가장 먼저 담관 오가노이드(organoid)에 실험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臟器)라고 불린다. 이전에는 인체 세포를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인체 내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담관은 간에서 소장까지 담즙을 운반하는 통로이다. 연구진은 담관 오가노이드에 많은 FXR이라는 분자가 세포에서 ACE2 수용체의 여닫음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UDCA는 바로 이 FXR을 억제해 ACE2의 문을 닫았다. 이러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두 가지 주요 경로인 폐와 장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도 역시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간장약으로 쓰이는 UDCA가 코로나바이러스 침투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뒤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실험에 쓰인 폐가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연구를 이끈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연구소의 포티오스 삼파지오티스 박사와 테레사 베르비니 박사과정 연구원, 기증 받은 폐로 효능을 확인한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Teresa Brevini

실험동물, 인체 장기에서도 효능 입증

영국 리버풀대의 앤드루 오웬 교수는 햄스터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햄스터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연구에 주로 쓰이는 실험동물이다.

UDCA를 투여한 햄스터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감염되지 않았다. 특히 햄스터는 실험 당시 막 출현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 델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도 막아냈다. 인체 세포의 문을 닫는 방식이어서 변이 바이러스와 무관하게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영국 뉴캐슬대의 앤드루 피셔 교수와 애든브룩스병원의 크리스 왓슨 교수는 인체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 먼저 이식이 불가능한 폐를 기증받아 인공호흡기에 연결하고 영양물질을 투입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대신한 것이다.

소금물을 투여한 왼쪽 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바로 침투했지만, UDCA를 준 오른쪽 폐는 감염되지 않았다. 피셔 교수는 “이 약이 인간 장기에 효과가 있는지 처음으로 시험한 것”이라며 “장기 이식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 약이 이식 전 바이러스 차단에도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UDCA의 코로나 감염 차단 실험. 인공호흡 장치를 연결한 폐 왼쪽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소금물을 주입하고(왼쪽), 오른쪽에는 UDCA를 주입했다(a). 소금물을 투여한 폐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입자(흰색)가 보였지만, UDCA를 투여한 폐는 깨끗했다(b)./Nature

마지막으로 독일 함부르크대학병원의 안스가르 로제 교수는 건강한 자원자 8명에게 직접 이 약을 주고 코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이전보다 코에서 ACE2 수용체가 적게 검출됐다. 그만큼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차단 효과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무작위 투여를 하는 임상시험으로 최종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그전에 이미 간질환 때문에 UDCA를 처방 받은 환자들을 살폈다. 예상대로 이런 환자들은 중증 코로나에 걸려 입원할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파지오티스 교수는 “UDCA는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접종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효과적이고 저렴한 예방 수단이 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병원에서 썼기 때문에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돼 코로나19 위험군에게도 바로 처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새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예방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케임브리지대의 테레사 베르비니 연구원은 “이 약은 인체 세포에 작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와 상관없이, 새 변이가 나타나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2-05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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