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포켓몬 카드를 향한 집착과 열정
가게 앞에 줄까지 서서 빵을 사서는 포장지 안에 든 카드만 챙기고 정작 빵은 먹는 둥 마는 둥 한다는 이야기. ‘포켓몬 카드’ 열풍이 몇 년째 숙지 않고 있다. 집착에는 대개, 그 집착을 공유하지 않으면 납득하기 힘든, 광기와 흡사한 기운이 스며 있다. 종교적 맹신, 정당과 정치인을 향한 맹목, 코인이나 특정 종목 주식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상대가 최고가 되듯, 열정과 집착의 징후들은 의외로 흔하다.
2016년 복권 경매를 통해 구입 권한을 부여하며 출시된 피카추 20주년 기념 한정판 순금 포켓몬 카드(피카추 골드카드)는 시판가가 21만6,000엔(약 200만 원)이었다. 세상에 단 한 장뿐이어서 ‘포켓몬 카드의 성배’라고 불린다는 ‘피카추 일러스트레이터 PSA(Professional Sports Authenticator) 10’ 카드는 종이 재질이지만 2021년 7월 527만5,000달러에 거래됐다.
트레이드 카드의 원조는 미국 프로야구(MLB) 카드다. 19세기 중반 야구 붐이 일면서 몇몇 야구클럽이 선수 홍보용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기원이다. 카드는 이어 스포츠용품회사, 담배회사, 제과회사 등이 판촉용으로 제작했고, 종류가 다양화하면서 수집가들도 생겨났다. 2차 대전 전후 ‘Topps’ 등 몇몇 회사는 카드를 독자 상품으로 보급했고, 이내 투자 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구카드 가격은 희소가치와 보존 상태, 선수 인기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것은 1952년 미키 맨틀의 데뷔 카드(일명 루키 카드)로 지난해 8월 한 경매에서 1,260만 달러에 팔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스위치히터로 꼽히는 뉴욕양키스 출신의 맨틀과 달리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호너스 바그너(1874.2.24~ 1955.12.6)의 1909년 카드(690만 달러)가 현재로선 2위다. 한 담배회사가 만든 그 카드는 바그너의 반발로 이내 제작을 멈춘 탓에 가장 희소한 야구카드로 꼽힌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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