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무역 적자에 빛바랜 ‘세계 6위 수출국’

조선일보 입력 2022. 12. 6. 03:27 수정 2022. 12. 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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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세계 수출 5강 도약을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5% 늘어나 6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수출액 순위도 작년 세계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더 올라갈 전망이다.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세 품목과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인도 네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대미 수출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아세안 수출은 2년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전 세계를 누비며 경제 전쟁터에서 시장을 개척한 수출 기업과 기업인들이 이룬 업적이다.

5일은 제59회 ‘무역의 날’이었다.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1964년 12월 5일을 기념일로 제정한 지 58년 만에 세계 6위 수출 대국이 됐다. 수출·수입을 합친 무역 규모도 세계 6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어제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은 자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불구하고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올 들어 11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426억달러에 달했다. 제품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흑자를 에너지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해 기록적 적자를 낸 것이다.

사상 최대 수출도 그 구조가 좋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출이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11월 수출은 작년보다 무려 14%나 줄었다.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은 독일·일본 등 제조업 강국 공통 현상이지만 한국이 유독 심하다. 전체 수출의 23%를 의존하는 대중국 수출이 코로나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고,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가 하강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과 반도체 한 품목의 의존도가 과도했던 한국 경제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상황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수출 기업 10곳 가운데 9곳이 6개월 안에 자금 사정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이 꺾이면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장률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기업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지만, 경쟁국보다 불리한 각종 규제가 개선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반(反)기업 입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를 지원하는 법안까지 넉 달째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경제와 수출이 살아나길 바라는 일부터 허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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