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90%가 빠진 ‘비호감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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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의 70%가 ‘국민의힘이 좋다’고 했고, 89%가 ‘민주당이 싫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도 73%가 ‘민주당이 좋다’고 했고, 92%가 ‘국민의힘이 싫다’고 했다. 여당 또는 야당 지지자가 뭉치는 원동력으로 ‘그 정당이 좋아서’보다 ‘상대 정당이 싫어서’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여야(與野) 지지자의 상대 정당에 대한 감정은 ‘불편한 이웃’인 일본보다도 좋지 않다. 지난 8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일본에 대한 비호감은 국민의힘 지지자가 59%, 민주당 지지자는 83%였다. 여당과 야당 지지자 모두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이 90%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일본보다 상대 정당이 더 싫다’는 게 최근 현상이다. 여야 지지자의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이 커지는 동안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싫어하는 ‘정치 혐오층’도 증가했다. 21대 국회 초반인 2020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야 거대 양당이 모두 비호감이라는 응답자가 22%였는데 최근엔 33%였다.
지난 대선은 여야 지지자의 상대 정당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각각 90% 이상에 달하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결이었다. 비호감 대선의 배경을 각 후보와 가족 리스크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편 가르기’와 ‘조국 사태’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진영 갈등으로 극단적 대결이 심해진 것도 주된 원인이다.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비호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69석이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사사건건 국정 발목 잡기로 갈등을 키우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당 소속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사악한 정권’이라며 장외 집회에서 공개적으로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 투쟁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권(與圈)도 반성할 점이 많다. 취임사에서 ‘통합’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윤 대통령은 첫 출근길에서 “너무 당연해서 뺐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통합’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는 매우 저조하다. 각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지닌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독단적‧일방적‧통합 노력 부족’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지난 3월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선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는 국민이 94%였다. 국제적 조사기관인 입소스가 28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우리나라가 87%로 세계 평균 65%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국민 갈등과 분열이 위기의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지만 서로를 향한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주의 정치는 폭주 기관차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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