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등장 20년… 비결은 “男心과 40대 관객을 홀려라”
네이버 관람평 30만건 분석
‘감동’ ‘최고’ ‘ㅠㅠ’ 등 빈도 높아


영화에서 1000만이라는 숫자는 일종의 천하통일이다. 평소 영화를 보지 않던 사람들까지 극장에 모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간 개봉작은 1000여 편.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영화는 이 중 한두 편에 불과하다.
2023년은 국내에 천만 영화가 등장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부터 올해 코로나를 뚫은 ‘범죄도시2′까지 역대 천만 영화는 모두 28편. 외화는 ‘아바타’(2009) 등 8편뿐이다. 그 영화들을 아우르는 대박 조건은 무엇일까. 영화마다 가진 차별점과 시대적 특수성을 제외하고 공통점을 뽑아낼 수 있을까.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와 함께 ‘천만 클럽’의 비밀을 파헤쳤다.
◇개봉 첫날 평점 8.8
자료가 가장 방대한 네이버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역대 천만 영화는 개봉 첫날 20자평이 4000건쯤 됐다. 보자마자 그렇게 많이 또 빨리 관객 반응이 올라온다는 뜻이다. 김형호씨는 “평점은 8.8점을 사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떤 영화가 천만 관객을 노린다면 9~10점을 60% 이상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변호인’ ‘신과 함께1′ ‘도둑들’ ‘부산행’ ‘해운대’는 평점 1~2점이 10% 이상이었지만 그 역경을 딛고 천만 고지에 올랐다.
◇”진짜 감동ㅠㅠ 재밌어요!”
네이버 20자평 30만건을 수집해 텍스트 마이닝(키워드 분석)을 했다. 단어별 빈도를 조사한 것이다. 역대 천만 영화는 20자평 안에 대체로 ‘감동(18~20%)’ ‘내용(15%)’ ‘진짜(12%)’ ‘최고(9%)’ ‘재미(7%)’ 같은 단어가 들어 있었다. 느낌표(!)나 눈물(ㅠㅠ)도 좋은 징조. 20자평을 종합하면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김형호씨는 “예컨대 ‘진짜 감동ㅠㅠ 내용 최고! 재밌어요!’가 자주 눈에 띈다면 천만 클럽에 들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라며 “관객은 비평가의 섬세한 언어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언어로 영화를 평가한다”고 했다.

◇주축은 20대지만 40대 움직여야
극장가의 핵심 관객은 20대다. 그런데 천만 영화는 40대 이상 관객 비율(25%)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 움직였다는 뜻”이라고 김형호씨는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을 본 관객이 부모가 돼 소비한 천만 영화다. ‘인터스텔라’(2014)는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간 과학 영화인데 11월 개봉작도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강우석 감독은 한 영화 잡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만 영화를 경험한 관객이 가정을 만들고 40~50대가 되면서 관객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명량’(2014)처럼 젊은 층과 장년층을 품는 영화가 나온다면 앞 자리가 ‘2′가 될 수도 있다.”
◇남성 45% 넘고 재관람률 높아
관객은 여성이 60%, 남성이 40%다. 김형호씨는 “천만 영화는 남성 비율이 45%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남성 관객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가 포인트”라고 했다. 천만 영화들은 재관람률(6%)도 평균보다 높았다. 내가 먼저 보고 부모 등 가족과 한번 더 보는 식이다. 혼자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이 추세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천만 영화를 3편이나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위로가 가장 중요하다. 관객에게 훈계하지 않고 ‘당신 그만하면 괜찮은 사람이야’ 격려하는 전략을 쓴다”고 했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연말이다. 1000만명을 통 크게 위로해줄 영화 어디 없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김건희 선상 파티’ 관련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소환
- 산업장관 “美와 소통·투자 프로젝트 검토 중...우호적 협의할 것”
- 9년 만의 재결합… 아이오아이, 10주년 맞아 5월 컴백 확정
- 대기업 월 평균 근로소득 20만원 늘 때 중소기업은 9만원 늘어···임금격차 3년만에 확대
- 따릉이 개인정보 462만건 턴 해킹범들…10대였다
- 공정위, 계열사 자료 허위 제출 혐의...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검찰 고발
- [속보] 尹 ‘체포방해’ 항소심,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 형사1부 배당
- 대법 “공범끼리 영업비밀 주고받아도 ‘누설·취득’ 따로 처벌해야”
- 중국·필리핀에 콜센터 두고 보이스피싱 범행…일당 76명 송치
- 총리실 “金총리, 함양 산불 현장서 밤샘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