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의료의 표준화

국제신문 2022. 12.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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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봄 중국 서안시의 진시황 무덤에서 능을 지키는 병마용갱(兵馬俑坑)을 발견하게 된다. 출토된 8000여 점의 장군 병사 군마의 형태가 모두 실물과 같았고, 각각의 용모는 달랐는데 그들이 가진 무기는 신기하게도 호환성 있게 설계됐다.

그림= 서상균 기자


활을 보면 화살의 가이드와 당김쇠에 의해서 화살을 발사하게 돼 있는데, 신기하게도 청동제 당김쇠의 스핀은 다른 활과 호환성을 갖고 만들어져 있었다. 화살과 화살촉 또한 단일 형태로 호환성이 있었다. 또한 진시황이 타고 다녔다는 황금마차는 양쪽 바퀴를 바꿔 끼우면 완전히 호환되도록 설계돼 모든 마차의 바퀴 폭까지 동일하게 만들었다. 전쟁 중에 부서진 무기와 수송 수단을 부품만 바꾸면 언제든지 고쳐 쓸 수 있게 설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장비를 특정 기준에 따라 단일하게 만드는 표준화는 지금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체제에서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 수공업에 의한 소량 생산체계에서는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통일 후에도 시황제는 제국의 통치를 위해 화폐와 문자를 통일했고, 도량형을 통일해 시장이 안정을 이뤘다. 약 2200여 년 전 진시황이 국력을 유지한 비결은 표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표준화는 사물이나 대상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 표준을 마련하고 제품의 종류와 규격을 표준에 따라 제한하고 통일하는 것이다. 표준화가 가장 잘 유지되는 곳 중 하나가 의료계다. 특정 병에 대한 기존 교과서에 따른 치료 결과와 최신 연구논문에 따른 치료 결과를 학회 전문가들에게 보고해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 결과를 공유하고 표준화해 지침을 만들고 이에 따라 치료하고 있다. 이런 진료 지침이 새롭게 교과서의 내용이 되고, 또 다른 최신 연구 논문의 결과와 비교해 새로운 진료 지침을 계속 만들고 있다.

악성 뇌종양에 대한 치료는 수술로 가능한 많은 종양을 제거한다.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방사선 치료 및 항암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뇌종양 중에 가장 악성으로 알려진 교모세포종의 기존 교과서적인 치료는 수술 후 6주간에 걸쳐 항암약(테모졸라마이드) 처방과 동시에 방사선 치료를 한다. 한 달 후 환자는 4주에 한 번씩 5일간 항암치료를 6차까지 한다. 상기 치료 후 재발한 교모세포종은 2차 수술이나 암의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아바스틴)가 최신 치료법으로 등장해 새롭게 진료 지침에 포함됐다. 이는 교모세포종의 표준화 치료로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치료를 한다.

의료의 표준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진료 지침의 장점은 전국 어디에서든 동일한 방법으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연고지 변경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병원을 옮길 때 기존 병원과 똑같은 치료를 연속해서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의료 표준화가 지금까지 되지 않았다면 병원마다 치료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어디 병원에 특별히 잘 치료하는 병을 TV 유명 맛집의 비결처럼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환자는 특정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맛집 기행하듯이 줄을 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는 우연히 알게 된 치료 비법이라도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비학문적인 방법으로 판단하고 환자에게 치료하는 것을 엄격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의료의 표준화로 의사는 질환 치료에 대한 정보와 방법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환자는 특정 질환에 대해 전국 어느 병원에서도 동일하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암 치료는 엄격한 치료 지침을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련 학회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어 지침에서 벗어난 진료를 할 수 없다. 이제 암 치료를 위해 무조건 큰 병원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고 지역병원에서 치료하며 여유를 가지기를 기원해본다.

김정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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