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 피버팅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입력 2022. 12. 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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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한국이 20년 만에 만난 포르투갈에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또한번 도하의 기적이었다. 첫 번째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전이었다. 자력으로 본선 진출이 불가능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일본도 이라크를 2대1로 이기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던 선수들이 갑자기 환호했다. 이라크가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다는 소식이었다. 29년 전 기적의 주인공이 이라크였다면 2022년의 주인공은 불굴의 투지로 추가시간에 승리를 거둔 한국팀이었다.

빌드업 축구가 본선에 진출한 강팀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강팀에 움츠려 있다가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에 도전하는 피버팅을 계속해야만 했다. 피버팅은 농구선수가 한쪽 발을 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경쟁력 있는 선수와 기술을 축으로 전술을 새롭게 바꿨다. 9% 확률에 불과하다던 16강 진출을 실현했다. 경기내용도 달랐다. 주눅들지 않고 맞서 경기를 주도하고 승리했다. 20년 만에 맛보는 당당함 속 환희였다.

경영에서도 피버팅은 핵심전략이다. 기업은 고객, 제품, 기술이라는 세 가지 축을 갖는다. 새로운 성장을 찾는 기업은 강한 축을 중심으로 한 개 또는 두 개의 축을 변화시키는 피버팅에 나선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유명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구스닥이라는 사내벤처에 참여한 이를 만났다. 코스닥을 닮은 이름처럼 주식거래 방식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였다. 이듬해 구스닥은 대상 고객과 기술을 고정축으로 제품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마켓플레이스로 피버팅했다. G마켓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문화로까지 인정받는 인스타그램도 피버팅으로 태어났다. 2009년 구글을 퇴사한 시스트롬은 위치를 알리고 사진을 공유하면 포인트를 주는 위치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버번(Burbn)을 출시했다. 이용자는 위치정보보다 사진공유를 더 즐겼다. 버번은 사진기능에 집중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재탄생했다.

피버팅은 고통을 동반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고객을 고정축으로 제품과 기술의 축에 메타버스를 추가했다. 회사명도 메타로 바꿨다. 기대와 달리 메타의 VR·AR연구소는 지난해에만 10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용자 감소, 틱톡과 같은 경쟁서비스가 등장한 상황에서 과거로의 회귀는 생존을 위협할 뿐이다.

피버팅은 국가 연구·개발에서도 필수다. 올해 미중 패권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상 최대 교역적자가 불가피하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2.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2030년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개발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피버팅에 나서야 할까. 선도형 연구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은 분명하다. 연구·개발에서 중요한 세 가지 축으로서 연구인력, 인프라, 제도 및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자의 수는 8.6명이다. 미국 4.8명, 중국 1.5명에 크게 앞선다. 연구인력은 고정축으로 삼아야 할 강점이다. 1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중이온 가속기 라온이 지난 10월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2020년 기준 한국은 GDP의 4.8%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미국의 3.5%, 일본의 3.3% 대비 월등히 높다. 첨단 인프라를 무한정 확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연구제도와 문화에 주목한다. 이제 연구자 스스로 세계 최초, 최고의 창의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연구문화로 나아가야만 한다. 이를 지원하는 제도의 추가와 개선도 지속해야 한다. 당장 정량적 성과감소와 불안이 엄습한다고 할지라도 멈출 순 없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도전이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16강전 승패와 무관하게 현재진행형이듯.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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